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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벗들에게

1. 비용

가족여행으로 코타키나발루에 왔어.
노을 잘 보이는 해변가의 고급 리조트에 묶었고.
이 정도면 꽤나 비싸게 들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싸게 왔어.
안그래도 싱가포르와 코타키나발루는 저가항공 밖에 없는데 코로나 이후 탑승객이 줄어 요금이 평소 대비 3분의 1 정도였어.
리조트도 마찬가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딱 반값이야.
비행기하고 숙소비만 아낄 수 있으면 나머지는 다 하기 나름이잖아.
섬투어든 코타키나발루 산 방문이든 관광객이 적으니까 어디서든 빠르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어.
제트스키, 패러글라이딩, 스노클링…. 뭐든 말만 하면 30분 내로 준비가 돼. 사람 별로 없는 유명 관광지, 정말 좋아.
대신 산악자전거나 ATV 같은 건 수요가 없다고 아예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진 경우도 있어서 선택의 폭은 좀 좁아.

 

2. 교통
말레이시아 택시보다 더 엉망인 택시가 또 있는지 난 모르겠어.
택시 표시도 잘 안 되어 있고, 어딜 가도 미터기 대신 흥정해서 금액을 정해야 해. 차 상태도 엉망이고 가끔 택시 기사가 강도로 돌변하기도 하지. 이 넓고 후미진 나라에서 택시 기사가 나쁜 맘 먹으면 남자 둘도 위험해.
그런데 그랩 생기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어. 언제 어디서나 차를 부를 수 있고, 금액은 정해진 금액만 카드에서 자동으로 빠져 나가.
누구 차를 타고 어디서 타고 어디서 내렸는지 다 기록에 남으니 안전하기도 하고 말야.
말레이시아에선 무조건 그랩을 이용해야 해.
여기서 꿀팁 하나.
혹시 코타키나발루 산 전망대 같이 먼 곳을 가고 싶으면 여행사에서 하는 패키지 상품 대신 그랩을 이용해 봐.
차와 운전사를 하루 대절하는 거지. 호텔에서 픽업해서 원하는 곳에 데려다 주고, 놀만큼 기다렸다가 다시 호텔로 혹은 원하는 식당으로 데려다 주는 걸 다 해도 패키지 상품 두명 값 보다 훨씬 싸. 패키지 상품 보다 훨씬 자유롭고 여유로운 여행이 되지.
시내 다닐 때 맘에 드는 그랩 운전사가 있으면 하루 대절 가능하냐고 그냥 물어 보면 돼. 열에 아홉은 가능하다고 할 거야. 그게 그들에게도 수입이 낫거든.

 

 

3. 관광
코타키나발루는 다들 노을 보러 온다는 곳이잖아.
맞아. 정말 멋있어. 노을만 봐도 만족한 여행이 될 거야.
대신 날씨가 잘 맞을 때 이야기지.
흐린 날, 비 오는 날, 구름 많은 날…. 이럴 땐 코타키나발루 할아버지라도 예쁜 노을 보여줄 수가 없어.
게다가 여긴 섬이 많아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노을 상태가 많이 달라.
탄중아루비치가 제일 좋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워터프론트는 좀 별로야.
게다가 거긴 개천하고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물비린내(사실은 시궁창 냄새)가 심해.
워터프론트 주변에 씨푸드로 유명한 집부터 술집, 마사지샵, 필리피노마켓 등 갈 곳이 많긴 한데 난 그 냄새 때문에 30분도 못 있다 나왔어.
코타키나발루 산은 미리 예약하고 돈도 따로 내고 일박 이일 코스로 등산을 하는 거라 하는 사람 별로 없을테고, 전망대 정도 갈텐데 그거 하나 노리고 오기엔 좀 아쉽지.
그 밖에 주 정부 건물이나 모스크도 여기 왔으니까 볼만한 거지, 그거 보려고 일부러 올 정도도 아냐.
그럼 남는 건 해양 스포츠인데 여기가 동남아시아 휴양지 바다 중에선 좀 지저분한 쪽에 속해. 그러니 섬투어나 해양스포츠가 목적이면 태국이나 필리핀 쪽이 더 나을 거야.
내 경우에는 리조트에서 쉬다가 노을 보는 거 말고는 딱히 코타키나발루에 와야할 이유를 못 찾겠더라고.

 

4. 음식
다들 여기 씨푸드가 좋다고 하더라.
한국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곳도 가 보고 현지인들 가는 곳도 가 봤는데, 난 그냥 먹을만 하다 정도였어.
싱가포르의 레스토랑에서 비슷하게 먹으려면 세 배는 더 비싸거든.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도 동네 푸드코트의 씨푸드 음식점 가면 좀 저렴해.
우린 주로 거기서 먹고.
그러니 여기서 싸고 푸짐하게 먹었다는 행복감을 덜 느꼈던 거지.
한국에서 와서 말레이시아 음식 경험해 본다면 다르겠지만 난 어차피 익숙한 음식들이었어.

5. 필리피노마켓
난 처음부터 여기 와 보고 싶었어. 코타키나발루에 흘러든 필리핀 난민들이 생계를 위해 모여 장사를 시작했다는 곳.
신선한 야채와 수산물로 유명하다고도 하고 밤에는 즉석 씨푸드 바베큐를 즐길 수 있다고 해서 애들하고도 독특한 추억이 될 거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우린 거기서 30분도 못 있었어.
생선이나 갑갑류를 숯불에 구워 내니 얼마나 맛있게 보이겠어.
유명한 닭날개 바베큐도 마찬가지.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봐도 도저히 내 가족에게 먹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보여.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위생상 큰 문제가 있겠더라고.
하지만 거기서 식사하는 현지인들도 많았어.
그들에겐 그게 일상인 거지.
결국 내 삶이 많아 건방져졌다는 걸 깨달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결론
격리없고 코로나 검사 안해도 되는데 아직 관광객 수가 적어 싸고 여유있는 관광이 될 거야.
다만 좋은 리조트, 멋진 노을 말고 다른 건 딱히 기대할만 게 없는 곳이기도 해.
관광 말고 휴양한다 생각하고 오면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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