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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50대 부부의 랑카위 리조트 여행

D-1

김포공항에서 제주도 가는 비행기 값 9만원.
88올림픽 하던 해에 첫 취직을 해서 계속 대기업만 다녔으니 언제라도 그 9만원이 없진 않았을 텐데, 비행기 타는 것 자체가 사치인 것 같아서 제주도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제주도에 한 번도 못 가봤어.

싱가포르에 와서 산 지 17년.
9만원이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까지 저가항공 잘 고르면 대충 갈 수가 있어.
서울에서 제주나 부산 가는 기분으로 여기서는 동남아 곳곳의 휴양지를 다 갈 수 있어.
그래서야 제주도에도 한 번 못 가본 내가 동남아 휴양지 대부분을 다 가 본 거 말야.

회사에서 분기별로 휴가를 다 쓰라고 하네.
일년에 휴가가 26개니까 3분기에 써야 할 휴가가…. 아, 산수가 안 된다. 아무튼 대략 8개 정도.
주 중에 가끔 하루씩 쉰다고 해도 휴가가 남아.
그래서 랑카위에 가기로 했어.
지난 번 코타키나발루에 갔을 때 노을 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아쉬웠거든.

랑카위는 제트스키에 ATV까지 다 할 수 있다기에 표를 끊었어.
갈 때는 에어아시아, 올 때는 스쿠트.
둘 다 가끔 고장이 나고 자주 시간을 어기긴 하지만 가격이 김포에서 제주 가는 것 보다 싸거든.
4박 5일 일정이야.
가서 할 건 딱 두 개. 제트스키와 ATV.
나머지 시간은 그냥 리조트에서 쉴 거야.

젊을 때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다른 사람과 뒤섞이기도 하며 그렇게 여행 다니는 거지만, 나이 오십 넘은 부부는 그냥 숙소만큼은 편한 곳으로 해야 해.
갔다 와서 좀 더 빡세게 벌면 되는 거잖아.

4박 5일 중 처음 이틀은 밖으로 돌아다닐 거라 조금 저렴한 걸로 예약했고, 남은 사흘은 그냥 리조트에만 있을 거라서 제법 (내 수준에서는) 좋은 걸로 예약했어.

호텔스닷컴 같은 데서 일정하고 인원 넣으면 숙소가 많이 나오잖아.
거기에 필터를 3성급 이상하고 평점 8 이상으로 정하면 대략 괜찮은 것만 남아.
그 후에 가격 낮은 순으로 정렬을 하면 4성급인데 가격이 꽤 낮지만 평점이 좋은 게 몇 개 보여.
난 항상 그렇게 숙소를 정해.

이제 항공권 구입도 했고 리조트도 예약했으니 짐만 싸면 돼.
혹시나 싶어 회사 노트북을 서른 일곱 번 집어넣었다가 결국 뺐어.
몰라, 배 째라고 해.
랑카위는 섬 전체가 면세 지역이라 맥주가 싸거든.
그런데 앞으로 닷새를 쉴 생각하니 목요일 저녁에 잠이 안 와.
싱가포르가 집, 차, 술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 나라거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캔 맥주 하나를 땄어.

가서 시간이 남으면 또 염장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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