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이건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10) 썸네일형 리스트형 [괴물] 비행기 안에서 괴물을 만나다 (2006/12/05) 일본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괴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를 선택하면서 이번에는 효순이 미선이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영화 전반의 반미코드 역시 무시하기로 했다. 그냥 남들이 말하는 대로 가족에 대한 영화라 생각하고 그 의미를 찾아 보기로 마음 먹었다. 젠장 그게 가능한 일인가? 교복입은 현서의 영정이 화면을 채우는 순간 애초 가졌던 생각들은 다 무너져 버렸다. 효순이 미선이가 화면 가득 채운 채 떠나질 않는데 어떻게 그 생각을 안 한단 말인가? 결국 괴물이 뱉어내는 현서의 모습에서 장갑차에 깔린 채 골이 으스러진 효순이 미선이의 모습을 떠올리고 말았다 우리가 효순이 미선이 이름을 잊는 그 때쯤 우린 또 다른 효순이 미선이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가족영화일 수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2006/10/20) 처음에 영화 포스터만 보고 극장에 들어갔다 전도연과 설경구가 주인공이라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지루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흥행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아마 전도연과 설경구가 아니었다면 관객이 더 적었을 것이다 영화를 본 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가끔 영화 삽입곡인 이현우의 노래가 떠 올랐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노래가 맴돌 때마다 영화의 장면 장면이 떠 오르고 전도연의 대사 하나 하나가 살아났다 설경구의 대사가 떠오르지 않는 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남자라서 그렇다. 그러다 케이블 TV 같은 데서 이 영화를 틀어 주면 채널이 고정되었다 서너 번을 봤을 까 지루했던 영화는 그렇기 때문에 여러번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설잠에 빠져.. [괴물] 잠이 오니? 밥이 넘어 가니? 그러고도 니가 애비니? (2006/09/10) 방금 영화 을 보고 왔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영화에 대해 떠든 게 (우린 모두 너무 비겁하다) 좀 민망하기도 하고, 싱가폴에서 개봉하는 한국영화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해서 개봉하자마자 가족과 함께 봤다. 영화를 보고 난 내 감상은 보기 전과 똑 같다. 도대체 이 영화를 두고 가족영화라 우기는 작자들은 눈을 어디에 붙이고 사는 걸까? 어떻게 현서를 보면서 효순이와 미선이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효순이의 ‘ㅎ’ 과 미선이의 ‘ㅅ’ 을 따서 만든 중학생 교복을 입은 현서만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주한미군이 한강에 퍼 부은 포름알데히드 480병을 영화 맨 첫 장면에서 보여 줬는데도 괴물을 통해 피범벅이 되었던 미군의 그 장갑차가 떠올려지지 않는단 말인가? 괴물이 토해 낸 그.. [괴물] 처음 만난 반미 영화 (2006/08/25) 영화 ‘괴물’의 싱가폴 개봉일이 9월 7일이란다. 그 날 싱가폴의 모든 한국인들을 다 만날 수 있게 될 것 같다. 다들 기대가 크다. 최단 시간 1000만 관객 돌파, 5주 연속 예매율 1위,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관객 기록은 시간 문제 다들 왜 그리 괴물에 열광하는 걸까? 난 영화를 본 1000만이 넘는 한국인들 대부분이 비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억지 좀 부리자. 다들 미국이라는 괴물에 맞서 대항할 용기가 없어서 영화 괴물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것 뿐이다. 다들 알다시피 괴물은 반미영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군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이야기다. 교복을 입은 채 괴물(미군의 독극물로 인해 돌연변이한)에게 잡혀 간 ‘현서’를 보고 미군의장갑차에 깔려 죽은.. [웰컴 투 마이 하트] 와 [우리도 사랑일까] 한 동안 한국 코미디 영화, 헐리우드 액션 영화, SF 영화만 골라 봤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기에 딱이니까. 생각 하는 것 자체가 힘들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일이 많은 데다가, 아직 대통령은 이명박이고 당선인은 박근혜인 이 엿 같은 시기에는 무념무상의 자세가 제일 안전하다. 그러다 문든 손에 잡힌 영화 두 개가 있다. '웰컴 투 마이 하트' (Welcome to the Rileys) 와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때리고 부수고 웃기는 장면 안 나온다. 두 영화 모두 19금이고, 심하게 벗긴 하지만 응큼한 생각 품고 봤다가 실망 톡톡히 할 영화다. 벗어도 야하지 않고, 섹스를 해도 외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웰컴 투 마이 하트'에는 Fuck 이란 단어만 100번 이상.. [미녀와 야수] 이 영화에서 어떻게 동성애 코드를 찾지? 만화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어지간한 애니메이션 역시 다 찾아보는 편이다. 슈렉, 몬스터주식회사, 월E 같은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내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늘 첫 손에 꼽히는 영화였다. 사실 미녀와 야수의 경우는 영화 자체 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했었다. 벨 테마곡(Belle)이나 'Something There' 'Human Again' ‘Be our guest’ ‘Beauty and the Beast’ 등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이 좋아서 영화를 본 지 25년이 더 되어 가는 지금에도 가끔 유투브 등을 통해 찾아 듣곤 한다. 일 때문에 뉴욕에 간 적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함께 간 동료들에게 시간이 있으니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나 보러 가자고 했는데 다들 시큰둥 해.. [라라랜드] 꿈을 포기 하지 말라고? 젠장. (2017/04/23) 영화 를 봤다. 미국 영화 산업의 본거지이자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헐리우드, 그 헐리우드가 있는 LA를 배경으로 배우 지망생과 재즈 뮤지션이 만나 벌어지는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쏟아지는 호평에 걸맞게 음악, 춤, 심지어 배경까지 모두 화려하고 만족스럽다. 나 같은 영화 문외한조차도 두 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영화에 몰입을 했으니까. 영화 평론가들의 호들갑스러운 상찬에 나까지 나서서 거들 생각은 없다. 난 그냥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공연 투어 중이던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돌아 와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영화를 다 본 지금까지도 내 가슴 속에 박혀 빠져 나오지 않는다.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묻는다. 지금 하는 밴드가 정.. [스물] "포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건데. 씨" 중학교 다닐 때 공부를 제법 잘 했었다. 방 하나 다락 하나 밖에 없는 우리 집 형편을 잘 아는 동네 약사 아저씨는 나를 집으로 불러 자기 아들과 함께 공부하기를 권했다. 노는 책상이 있으니까 편하게 공부하라면서.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들이 나와 나란히 앉아 공부하다 보면 뭐라도 건질 거라는 생각을 했던 거다. 우린 약사 아저씨의 기대와는 달리 공부 대신 유선방송에서 틀어 주는 성룡영화를 더 자주 봤던 기억이 난다. 집에 자식 수만큼 책상을 들여 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 집은 책상도 없어서 밥상을 펴 놓고 공부를 했었는데. 당시 내 꿈은 국문학자였다. 국어 과목이 좋았고, 성적도 잘 나왔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국문학자가 되면 늘 책만 보면서도 먹고 살 줄 알았다. 거기에 더..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