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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노을 하나는 예뻤다. 코타키나발루

원래 한국 가려고 휴가를 냈어.
그런데 그 놈이 대통령 되는 바람에 취소했지.


온 가족이 휴가는 냈고, 한국은 가기 싫고 해서 그냥 떠올린 곳이 코타키나발루야.
2주 휴가 중에 절반은 취소하고 절반은 가까운 (싱가포르 바로 옆 나라잖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쉬기로 했지.

그런데 5월 초에 아버지 병원에 모시고 갈 일이 생겨 혼자 급하게 한국 다녀 왔지.

 

이제 결정을 해야 돼.
일주일 휴가를 썼으니 코타키나발루를 포기 하든 아니면 다시 일주일 휴가를 쓰든.
한국 회사에서 일했다면 당연히 포기했겠지.

 

하지만 여긴 싱가포르.
쓸 수 있는 휴가가 있다면 언제든지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그리고 휴가는 꼭 오늘이어야 했어.

 

왜냐하면….

오늘이 우리 결혼 26주년 되는 날이거든.

 

 

코타키나발루를 두고 세계 3대 석양 중 하나라고 말하더라고.
내가 그런 시시한 말에 속아 넘어 갈 사람이….지.


그래서 시간 맞춰 리조트 안 석양 명당에 자리를 잡았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예쁘더라.
론다에서 봤던 석양이 떠오를만큼.

 

사실 코타키나발루는 딱히 권하고 싶은 관광지는 아냐.
그런데 석양 하나가 다른 모든 부실함을 잊게 만들더라고.

 

지난해 결혼 25주년은 코로나 때문에 아무 것도 못했거든.
올해 26주년은 그래도 이런 여행 기회가 있어서 좋아.

 

그리고 오늘 깨달은 게 하나 있어.
나이 오십 넘으면 얼굴 안 나오는 사진이 훨씬 낫다는 거.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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