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을 본 후 다음 일정을 정해야했다.
위로 가면 코르도바, 아래로 가면 네르하. 대부분 코르도바를 권하더라. 오랜 역사의 유물이 많은 중요한 도시라고. 네르하는 유적 하나 없는 그냥 바닷가 휴양지라고.
그래서 정했다. 네르하로.
마드리드, 톨레도, 그라나다에서 역사적인 유적지는 이미 충분히 봤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스패인 유적에서 뭘 느낄 수 있는 기본 소양이 부족하다. 게다가 여행 시작하면서 매일 같이 걷는 거리가 하루 2만보가 넘는다. 지금은 유적지가 아니라 바다가 필요한 때다 싶었다. (코르도바 호텔 가격이 네르하의 두 배라서 그런 게 아니다. 쿨럭)

만족한다. 이처럼 예쁜 백사장은 본 적이 없다. 작고 동글동글한 자갈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바다만 바라 봐도 힐링이 된다. 유럽의 발코니라는 전망대 주변 말고, 거기서 살짝 떨어진 “Nerja Playa Burriana” 해변이 그렇게 예쁘더라.
오전 내내 바닷가에서 여유있게 지내다가 버스를 타고 프리힐리아나로 갔다.
네르하에서 15분 거리의 가까운 곳인데 집과 골목이 예쁘다고 해서 그냥 즉흥적으로 선택한 곳이다.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에는 가 보지 않았지만 사진, 동영상, 광고 등을 통해 그 풍경이 익숙한데, 이 곳 프리힐리아나가 내겐 산토리니처럼 보였다. 모르긴 해도 프리힐리아나가 산토리니 보다 더 예쁠 것 같다.



딱히 뭔가를 봐야 한다는 생각없이 그냥 둘이서 골목을 돌다 보면 예쁜 카페도 보이고, 전망 좋은 식당도 있다.
그냥 걷다가 배가 고파서 들어간 어느 식당에서는 내 평생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만든 스테이크였다. 그 전만해도 돼지고기로도 스테이크를 만든다는 걸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식당에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먹은 후 한참을 이베리코 돼지고기만 찾았다.

스페인 여행을 시작한 후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곳이 프리힐리아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곳은 안 가더라도 여기는 꼭 들릴 거라고 생각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예쁜 도시...... 론다에 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론다는 나중에 다시...)


저녁에는 네르하의 그 유명한 유럽의 발코니 전망대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지중해를 바라 보며 빠에아로 식사를 했다.
이렇게 써 놓으니 상당히 낭만적일 것 같지만 사실 거긴 바다 전망 말곤 딱히 볼 게 없었다. 호텔 라운지 같은 실내 장식에 클래식 음악도 실망이었고. 대신 유럽의 발코니 전망대로 가는 골목에 있는 카페들이 하나 하나 특색있고 좋았다.


오늘의 팁
식당의 경우로 한정한다면 전망 좋은 곳, 위치 좋은 곳, 관광객 많이 모이는 곳…… 이런 곳만 피하면 보다 만족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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