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다음 여행지는 그라나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됐는데 낮에 축구를 본 관계로 버스는 다섯시 삼십분에 출발하는 걸 탔다. 그라나다는 마드리드보다 숙박비가 싸서 호텔을 예약했다. 그것도 시내 한 가운데 있는 걸로. 가는 동안 버스에서 푹 자고 그라나다에 도착하면 숙소에 짐 풀고 그라나다 밤거리를 걸어 다닐 생각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뭐 하나 계획한 대로 되는 건 없다.
버스에서 내리니 밤 열시가 넘있다. 주위는 어둡고 날씨는 추워서 어서 빨리 호텔에 짐 풀고 라운지에서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택시를 타고 금방 도착한 곳에는 호텔 간판만 있을 뿐 들어가는 문이 보이지 않았다. 건물을 한바퀴 돌아도 호텔 로비 같은 건 보이지 않고 호텔 간판 옆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혹시나 해서메일을 다시 봤다.
“Habitat Suites Gran Vía 17 Hotel”
분명 호텔 맞다. 그런데 그 밑에 조그맣게 체크인 시간이 적혀 있었다.
“Check in time: 15:00 - 21:00”
뭐지? 호텔은 기본적으로 24시간 운영아닌가?
링크되어 있는 체크인 지침을 처음으로 눌러 읽어 봤다. 메일에 링크 되어 있는 체크인 지침 링크를 내가 그 전에 읽어 봤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 숙박시설에는 프런트데스크가 없습니다. 숙박시설에 미리 연락하여 체크인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줄.
“이 곳은 다음의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Habitat Suites Gran Vía 17 Apartment”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 이곳은 호텔이 아니라 객실에 주방기구까지 갖춘 아파트였고 그래서 프런트데스크가 따로 없는 거였다. 근처에 있는 별도의 사무실에서 낮에만 수속을 하고 9시면 문을 닫는 식이었다. 날은 춥고 피곤하고 여기 못 들어 가면 잘 곳도 없다.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내게 별도의 메일까지 보냈는데 왜 연락없이 이제 왔느냐고 살짝 투덜 거렸다. 열쇠를 100미터쯤 떨어진 다른 건물의 보관함에 넣어 뒀으니 찾아 가라고 하는데 내 짧은 영어로는 그가 알려 주는 방향과 찾아야 할 건물, 그리고 비밀번호가 설정된 보관함을 어떻게 열어야 할 지 엄두가 안 났다.
결국 왓츠앱을 이용해서 자세한 설명을 전달 받았고, 안내 메시지 따라 길 건너 다른 건물의 열쇠 보관함에서 겨우 열쇠를 찾아 방에 들어 갔다. 찾는데 힘이 (조금 많이) 들긴 했지만, 위치도 좋고 시설은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 룸 안에 주방기구까지 있어서 여러모로 편리했다.
추운 데서 황망한 가운데 헤매느라 아직도 넋이 나가 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어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이번 여행 기간 동안 한번이라도 숙소 찾는데 헤매지 말고 바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탁자에 무료 와인이 하나 놓여 있었다. 달다. 그라나다에서의 첫번째 밤이 그렇게 깊어 갔다.

오늘의 팁
유럽의 호텔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저녁 9시 이후로는 프론트데스크가 문을 닫는 호텔이 많으니 호첼 예약할 때 체크인 지침을 꼼꼼히 읽어야 실수를 안할 수가 있다. 9시 넘어 도착할 경우에는 미리 연락해서 열쇠 보관함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수투성이 부부배낭여행 #09. 산토리니 안 가도 된다. 프리힐리아나에 다녀 왔으니까. (0) | 2020.06.01 |
---|---|
실수투성이 부부배낭여행 #08. 아이폰 인물모드가 이런 거였어? (0) | 2020.05.31 |
실수투성이 부부배낭여행 #06. 레알마드리드의 마드리드가 그 마드리드였어? (0) | 2020.05.24 |
실수투성이 부부배낭여행 #05. 프라도 미술관 무료 관람이라니...... (0) | 2020.05.23 |
실수투성이 부부배낭여행 #04. 그 실수가 내게 큰 교훈이 되었다. (0) | 2020.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