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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연설을 방해한 성소수자에게 손가락질 하는 이들에게

(2017/02/18)

이 시각에도 광화문에선 제 16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실 촛불집회는 정치에 별 관심없는 서울 시민들에겐 그냥 불편을 주는 행사일 뿐이다.
광화문쪽으론 차를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되니까.
광화문 앞에서 버스를 타는 사람들 역시 평소와는 다른 곳에서 버스를 잡아야 할 테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토요일마다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에 소음 공해를 호소하고 있을 테지.
 
예전의 조선일보 같았으면 “시민의 불편을 담보로 한…” 으로 시작하는 기사를 냈을테고 많은 이들이 그 기사를 읽고 함께 손가락질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모인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스스로는 참여는 못 해도 그 정도를 가지고 불편하다고 해서야 되겠느냐는 맘으로 참고 있는 거다.
 
원래 모든 집회는 다른 이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고, 그 불편함을 넘어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집회에 대한 평가가 이뤄 지는 거다.
 
문재인의 연설 도중에 한 여성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문재인의 입장을 묻는 일이 발생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문재인 지지자들은 “나중에”를 외쳤고, 내 페이스북에는 그 여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뜻은 좋지만 방법이 예의를 벗어났단다.
 
개신교 목사들 앞에서 "동성혼은 국민정서상이나 현행 법체계에서 허용되고 있지 않지만 다른 성적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되도록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 이라고 밝힌 (젠장, 문재인의 뜻을 이해 못했다고 할까 봐 이 긴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성소수자 입장에서는 동성혼을 반대하고, 차별 철폐를 위한 추가 입법 또한 거부하는 문재인이 지금 이대로 대통령이 되는 건 재앙이나 다름 없다.
선택은 둘 중 하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지 못 하게 막거나 문재인이 성소수자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바꿀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
 
해당 여성은 후자를 선택했고, 유력 대선 후보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기 위해 문재인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다소 예의없는 방식으로 그 뜻을 이뤘다.
 
성소수자 여성이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정치인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일에 이런 돌발적이고 다소 과격해 보이는 방법 말고 또 뭐가 있었을까?
문재인의 연설이 끝난 후 순서를 기다려 질문 기회를 얻는 것?
그게 가능하리라고 보나?
 
지금 그 여성의 행동을 비판하는 이들은 과연 문재인을 지지 하지 않아도 똑 같은 소릴 했을까?
아니 그 여성이 황교안이나 유승민에게 그와 같은 행동을 했어도 같은 목소리로 비난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 해 보라.
 
우리 삶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때 깊은 사유에서 나오는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당위에 맞게 해야지 그 일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유리하냐 아니냐 하는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다면 그건 그냥 “나 역시 박사모나 마찬가지요” 하는 것과 같은 거다.
 
해당 여성은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주장을 유력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쓴 것이고 그로 인해 문재인의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이 공론화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촛불 시민들이 광화문을 접수해서 촛불을 밝힌 덕분에 국회에서 기어코 박근혜를 탄핵시켰고 지금은 특검 연장과 빠른 탄핵 재판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내용이나 방법 면에서 별로 다르지 않다.
 
사회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땐 그 사건 자체의 가치를 판단해야지 지지하는 정치인의 유불리를 먼저 따진다면 그건 그냥 “빠”다.
그 “빠”는 본질적으로 어버이연합이니 박사모니 하는 그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좀 달라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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