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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19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올 해 열린다.

이번 선거는 누가 뭐래도 이명박근혜 10년에 대한 심판이다.
정말 지긋 지긋 했다.
 
만나는 사람 대부분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문재인이든 안희정이든 이재명이든 누구든 상관없으니 하루 빨리 정권 교체 돼서 이명박근혜 감옥에 가는 거 빨리 보고 싶다고.
 
현재로선 제 1 당이자 제 1 야당인 민주당 경선에서 뽑힌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민주당 말고 다른 당 후보를 보자면 이인제, 김문수, 조경태, 김진… 이름만 들어도 헛웃음이 나오는 이들이 자유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유승민의 바른당은 만년 지지율 꼴찌였던 정의당보다도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이거 정의당에 대한 디스 아니다), 국민의당 안철수는 민주당내 2위인 안희정보다 존재감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래도 될까?
정권 교체만 된다면 그렇게 해서 이명박근혜만 감옥에 보낼 수 있다면 다음 대통령이 문재인이든 안희정이든 이재명이든 아무 상관이 없는 걸까?
셋 중 아무나 대통령 해도 이 나라가 지금까지의 역주행을 멈추고 다시 제대로 된 길을 가게 되는 게 맞는 걸까?
앞으로 5년 간 한국을 책임질 대통령 뽑는 일에 이명박근혜 쪽만 아니면 누구든 상관 없다는 생각으로 임해도 되는 것일까?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이름 셋을 나란히 놓고 한참을 바라 보게 된다.
정말 셋 중에 아무나 뽑아도 괜찮을지 혹 정권교체에 목이 말라 정작 중요한 건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친구가 한 번 읽어 보라고 책을 하나 건냈다.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먼저 고백하자면 난 민주당 후보 셋 중 그 누구에게도 딱히 호감을 품고 있지 않았다.
안희정이 대통령이 되면 삼성 이재용이 참 좋아하겠구나 싶어 셋 중 안희정만큼은 아니었으면 하는 그 정도 수준이었다.
 
문재인이야 노무현의 친구였고 코드도 비슷하니 대통령 되면 딱 노무현 만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노무현 때가 좋았다면 문재인 대통령을 바랄 테고, 노무현 때가 맘에 안 들었다면 문재인도 맘에 안 들겠지.
 
이재명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었다.
그의 거침없는 발언과 그에 환호하는 대중들에 대해서는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일부 맹목적인 지지자들의 큰 목소리가 거슬려서 도리어 이재명에 대해서는 관심을 끄고 살았다고 보는 게 맞겠다. (많은 경우 열성 지지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망치기 마련이다)
 
박종철 평전을 펴 내고, ebs에서 영어 강사도 하고, 칼 마르크스 관련 책은 죄다 번역 하고, 게다가 기업체 경영 고문까지 하고 있는 그래서 그 정체가 더 궁금한 최인호가 책의 지은이다.
 
(사실 우연한 기회에 만나서 소주 한 잔 기울인 적은 있지만, 나이 마흔 넘으면 우리 같은 사람은 술이나 먹지 딱히 상대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나 역시 그를 잘 모른다)
 
이 책은 이재명 지지자가 이재명을 띄우기 위해 쓴 책도 아니고, 이재명과 인터뷰 해서 나온 책도 아니다.
그냥 우연히 이재명의 거리 연설을 듣다 기성정당의 보수 정치 지도자인 그의 입에서 “윤상원”과 “아옌데”라는 이름이 나오는 걸 듣고 놀라움과 호기심에 이재명에 대해 알아 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이재명을 글로 풀어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윤상원과 아옌데를 처음 듣는 이는 바로 검색해서 찾아 보시길. 이 책을 사서 읽어 봐도 좋고)
 
저자는 “문즉인언즉인(文則人言則人)” 즉, 글이 곧 그 사람이고, 말이 곧 그 사람이라며 이재명의 말과 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의 말과 글에 진하게 베어 있는 한국 현대사와 학생 운동사의 흔적을 꺼집어 낸다.
분명 이재명에 대해 읽고 있는데 어느 새 자유당 시절의 대통령 선거 이야기가 나오고, 70년대 후반 YH노조의 신민당사 농성과 80년 광주를 거쳐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의 삼당 합당 이야기까지 훑어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재명이 지금 서 있는 위치가 어디고, 그가 하는 말이 현대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 그리고 그가 지금 하는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가 머릿 속에 그려지게 된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이야기 하는 이재명에 대해서 굳이 어설픈 내 입으로 다시 설명하지는 않으련다.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책을 읽으면 이재명을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누구나 “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거다.
 
그리고 책을 덮을 쯤에는 이명박근혜가 싫다고 해서 다음 대통령을 아무나 뽑기 보다는 그래도 그 중 제일 나은 사람, 이 나라를 맡겨 봐도 좋을 사람을 뽑는 게 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다.
 
이명박근혜가 싫어서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하는 게 정상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이재명 정도라면 이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기꺼이 투표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재명에 대해 좀 더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이재명을 만났다”.
벗들에게도 권한다.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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