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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신저스>, "처녀보쌈 이야기의 SF버전"

영화 <패신저스>를 보고 나름 재미있었다는 글을 썼더니 페친 "Jean K. Min"이 이 영화를 두고 “처녀보쌈 이야기의 SF버전” 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 말 듣고 영화 내용을 복기해 보니 정말 그랬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 여자를 몰아 넣고 억지로 사랑을 만들어 내는 그런 내용을 담은 영화다.
 
딸 둘을 키우면서 나름 페미니스트 비스무리하게 되어 가는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영화를 보면서 남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니 보쌈 당한 여자 주인공의 입장은 생각도 못해 봤다.
남자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여자에게 폭력적인 일이 현실에선 얼마나 더 많이 얼마나 더 다양한 모습으로 벌어질 것인가.
 
그러고 보니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선녀와 나무꾼”도 이 영화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선녀옷을 훔쳐서 선녀가 하늘로 못 올라가게 한 뒤 임신을 시켜 억지로 함께 사는 그런 폭력적인 이야기에서 무슨 교훈을 얻으라고 어린 학생들에게 들려 줬을까?
 
아… 얼핏 내용이 생각난다.
아이 둘 낳은 뒤 선녀옷을 되찾은 선녀가 아이들과 함께 하늘 나라로 돌아 가고, 뒤늦게 속은 걸 안 나무꾼이 동앗줄을 내려 달라고 기도를 하자 하늘에서 동앗줄이 내려 와서 나무꾼이 하늘로 올라 가는데 사실은 그 동앗줄이 썩은 동앗줄이라 중간에 끊어져 나무꾼이 떨어져 죽는… 뭐 그런 결론이었던 것 같다.
 
좀 이상하다고? 햇님 달님 이야기하고 좀 뒤섞인 것 같다고?
아니, 이게 맞다. 이게 결론이어야 교훈이 남게 되는 거다.
이게 결론이어야 두번 다시 이런 류의 이야기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버전으로까지 만들어져 폭력을 정당화 하는 일이 사라진다.
 
아… 이걸 영화 보면서 미처 알지 못하다니.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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