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6)
그 다음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그 방문은 매우 짧았지만 어린왕자를 깊은 우울에 빠뜨렸다.
"뭘 하고 있어요?"
빈병 한 무더기와 술이 가득 차 있는 병 한 무더기를 앞에 놓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을 보고 그가 말했다.
"술을 마시지" 침울한 표정으로 술꾼이 대꾸했다.
"왜 술을 마셔요?" 어린왕자가 그에게 물었다.
"잊기 위해서지" 술꾼이 대답했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요?" 측은한 생각이든 어린 왕자가 물었다.
"부끄럽다는걸 잊기 위해서지" 머리를 숙이며 술꾼이 대답했다.
"뭐가 부끄럽다는 거지요?" 그를 돕고 싶은 어린왕자가 캐물었다.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이렇게 말하고 술꾼은 침묵을 지켰다.
-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생택쥐베리는 술을 마실 줄 몰랐을거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매일 같은 노동을 해 본 적도 없었을테지.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차가운 맥주..." 이런 건 광고에나 나오는 거지 우리 삶엔 잘 없다.
대신 고되고 무의미하지만 삶을 위해 어쩔 수 해야 하는 일에 바닥까지 다 털리고 나서 내 삶을 위무하기 위해 털어 넣는 한 잔의 술이 대부분이다.
어린왕자의 술꾼도 그러 했으리라.
장시간의 노동을 마치고 돌아 와서 잠시라도 부끄러운 삶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늙은 노동자의 삶을 어린왕자가 어찌 이해할 수 있었을까.
이해 해 달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을 두고 함부로 조롱하지는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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