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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이야기

UCLA 박사 과정을 싱가포르 국가 장학금을 받고 가게 된 사연

둘째 예림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싱가포르로 왔어.
이제 겨우 한글을 뗐고 곱하기 나누기 뭐 이런 거 할 때니까 영어는 말 그대로 알파벳도 모르는 상태에서 왔지.


여기 와서 처음 입학한 곳이 호주국제학교였어.
그 학교에선 입학 초기에 영어를 못하면 교사를 한 명 더 붙여 영어도 가르치고 학교 생활 적응도 도와 주고 그랬어.

 

물론 회사에서 학비 지원을 해줬기에 가능했지.
그러다 한 2년 지나니까 회사에서 학비 지원을 끊더라고.
그게 입사 조건 중 하나였는데 사장이 ‘이미 입사했으니 네가 어떡하겠어’ 하는 생각으로 그런 거야. 나쁜…

 

어쩔 수 없이 싱가포르 공립학교로 옮겼어.
한국 못지 않게 공부 많이 시키고 경쟁 심한 곳이지만 그래도 2년 정도 싱가포르 적응 기간을 거쳐서인지 큰 어려움 없이 잘 다녔어.
학비는 거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중학교 갈 땐 이 나라 학생들이 모두 봐야 하는 초등졸업시험(PSLE) 대신 한국 수시모집처럼 원하는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DSA제도를 통해 NUS High (과학고)로 갔어.
원래는 중학교 4년, 고등학교 2년이고 고등학교 갈 때 O-레벨 시험을 치러야 해.
그런데 NUS High는 두 과정을 통합한 6년제라 O-레벨 시험을 안 봐도 됐지.
덕분에 시험 걱정없이 편하게 다니는 것 같더라고.

 

학원은 초등학교 때 딱 한번 삼개월 보낸 적이 있어. 그런데 별로 재미 없다기에 그만 뒀어. 그 후론 학원이란 델 간 적이 없어. 예림이는 시간을 벌고 난 돈이 굳었지.

 

대학은 NUS(싱가포르 국립대학교)로 갔어.
NUS High의 경우 자체 Diploma를 주는데 그게 전세계 대부분의 대학에서 인정을 해 주더라고.
그래서 A-레벨을 비롯한 어떤 시험도 안 보고 Diploma하고 성적 증명서로만 대학 지원을 했어.

 

영국 쪽 대학 몇군데도 합격하긴 했지만 거긴 이것저것 워낙 비싸잖아.
그런데 NUS는 집에서 다녀도 되니까 추가 비용도 필요없는 데다 4년 장학금까지 준다고 해서 여길 선택한 거야.
예림이는 착한 딸이고 나는 부족한 아빠지.

 

공부하는 모습 별로 못봤지만 Dean’s list에도 오르는 거 보니 성적은 제법 잘나온 것 같아.
이제 4학년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에 지원을 했어.

 

NUS대학원이면 쉽게 들어갔을텐데 평생(?) 싱가포르에서만 공부하는 게 지겨웠다며 대학원은 미국으로 가겠다며 준비를 했어.
UCLA에서 오라고 연락이 왔어.

예림이가 아빠 닮아서 똑똑하긴 한가 봐. 쿨럭.

 

이제 대학원 생활 5년은 미국에서 하게 된 거야.

여기까지가 한달 전 상황이야.

 

 

박사 과정이니 학비 걱정이야 없겠지만 그 비싼 미국에 혼자 살면서 공부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겠어.
물론 나는 그걸 대 줄 여유가 없고.

 

그래서 예림이가 싱가포르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어.
대학 4년도 장학금 받으며 다녔으니 또 줄 지 모른다고…

 

이틀 전에 발표났는데 예림이는 오늘 그걸 확인했나 봐.
됐어.
5년 전액장학금 대상자가 됐어.
학비, 숙소비, 생활비에 싱가포르와 미국을 왕복하는 비행기 값까지 모두 다 지원하는 걸로.

 

예림이는 그냥 가서 공부만 하고 오면 되는 거야.
물론 박사 학위 따고 나서 싱가포르 돌아 오면 정부 기관에서 몇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옵션이 있긴 하지만 그건 또 그 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난 이제 내 삶만 걱정하면 되는 거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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