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1)
영화 '밀양'을 봤다.
나 보다 먼저 영화를 본 친구는 이 영화가 왜 유명한지, 전도연이 왜 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도대체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를 물었다.
이 영화를 두고 이동진 기자는 "영화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라는 20자 평과 함께 별 다섯 개를 주었다.
난 여지껏 기자나 평론가로부터 별 다섯 개를 받은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늘 반개쯤은 남겨 둬서 뒤로 물러날 구멍은 확보하는 게 그들의 철칙인데 별 다섯 개라니...
영화평도 그렇고, 감독의 이름이 주는 무게감도 있고, 특히나 전도연과 송강호,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 잔뜩 기대하고 봤다.
일단 첫 느낌은 별로 재미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별 네개 이상 줘서 사람들 기대치를 잔뜩 높여 놓은 평론가들과 전도연에게 상을 준 칸느 쪽의 의견은 앞으로 철저히 무시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영 아니었던 것도 아니다.
두 시간 동안 전도연, 송강호 얼굴만 봐도 난 즐거우니까.
게다가 송강호의 대사 하나 하나가 맘에 꽂히고, 전도연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고통과 그것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것도 생각할 꺼리를 던져 줬다.
아무튼 교회와 교회에서 벌어지는 행태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는 내 친구에게는 분명 재미없고 따분한 영화였을 것이다.
반면에 교회 다니는 친구에겐 이 영화가 꽤나 불편했나 보다.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교회의 모습은 실제와 100% 똑 같다.
보통 영화에서는 실제 모습을 좀 과장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똑 같이 묘사 해 놨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다른 친구 하나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교회의 관점에서) 신앙심 깊은 그 친구는 영화가 교회를 모독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영화는 교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을 뿐인데,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걸 모독으로 느꼈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모독이 되는 건 교회가 유일하지 않을까?
재미없는 영화였지만 건질 건 있는 영화였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그냥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 볼 기회로 삼길 바라는 것이다.
그게 모욕으로 느껴지든, 일상으로 느껴지든, 감동으로 느껴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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