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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80을 보며 생각하는 어느 사회주의자의 비행기

(2007/10/17)


'하늘을 나는 호텔' 이라는 에어버스의 A380 비행기가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싱가포르 신문들은 일면에 그 소식을 전했고, 자선경매로 판매된 1등석 좌석 2장이 10만불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소식도 함께 보도가 되었다.

비행기 내부는 사진으로만 봐도 여느 비행기와 달라 보였다.
넓은 좌석과 고급스러운 자재, 거기에 각종 편의시설은 기본이고, 둘이서 함께 누워서 갈 수 있는 침대방까지 따로 갖춰져 있다.

A380을 다룬 대부분의 기사는 에어버스의 새로운 비행기가 얼마나 좋은 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 역시 6시간 비행에 10만불을 떡 하니 내놓아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형편이 된다면 한번 타 보고 싶기도 하다.

 


며칠 전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다녀 오면서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했다. 비행기 꽁무니 근처의 이코노미석으로 가는 동안에 비지니스석을 지나쳐야 했다.
"아빠, 우리도 여기 앉아서 가자.”
아이들 눈에도 비즈니스석이 좋아 보였나 보다.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애써 외면하며 제 자리를 찾았다.

비행기 내부 공간은 어차피 한정되어 있다. 거기에 1등석을 하나 줄이면 이코노미석 다섯 개는 더 만들 수 있다. 아니 이코노미석의 의자와 의자 사이를 조금은 더 넓게 만들 수 있다. 잠깐 자리에서 일어 날 때 옆사람을 굳이 깨우지 않을 정도의 공간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 안의 좌석을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클래스, 이코노미클래스로 구분하지 말고 모두 같은 크기로 만들 순 없을까? 과하게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비싼 좌석들을 없애면 오랜 비행에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따위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여유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이나 아기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좌석은 따로 필요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가격에 따라 자리가 구분되어지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자리가 구분되어지도록 하는 게 옳은 것 아닐까?

그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그렇다면 난 사회주의 하련다.
누구는 침대에 누워가고, 누구는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하는 게 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의 원칙이라면 난 거부하고 싶다.

A380의 침대는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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