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전 블로그

안마시술소에서... "형님, 오늘은 그냥 해 드릴게요. 들어 오세요."

(2007/10/16)

 

그냥 아는 친구 이야기야. 그 친구는 영업사원이었지. 영업사원을 두고 기업의 꽃이라고 하더군. 자기 회사의 비밀스런 정보에도 접근 할 수 있고, 다른 회사의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데다 자기의 노력이 곧 실적으로 드러나는 유일한 일이라는 거지. 영업을 해야 사장이 될 수 있다나?

그 친구는 참 열심히 일 했어. 우선 공부를 많이 했지. 영업사원은 말에서 막히면 안 되거든. 기술적인 부분에서부터 시사문제까지 늘 책을 끼고 살았어. 여름에도 양복을 입고 다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어. 난 그 친구를 보면서 한 10년쯤 뒤에는 사장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그 친구가 입사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 뒀다고 했어. 물었지. 그렇게 열심을 내더니 왜 갑자기 그만 뒀냐고. 그 친구는 영업이 체질에 맞지 않다고 했어.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던 그 친구가 영업 체질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에 영업 할 사람 하나도 없을걸?

술 한잔 하면서 그 친구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었어.

영업을 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게 공부가 아니라 술 마시는 것이었다고 해. 식사 하면서 한 두잔 하는 건 기본이고, 2차, 3차, 4차 할 것 없이 술 자리에서 끝까지 살아 남는 요령을 배워야 했던 거야.

그런데 그 친구가 술을 좀 하니까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어. 그런데 술자리가 이어지면 꼭 가게 되는 곳이 여자가 있는 곳이라는 게 문제였지. 나름대로 바르게 살려고 했던 그 친구는 반라의 여자가 따라 주는 술을 마시고, 그들과 살을 부비며 춤을 추는 게 영 어색했던 거야.

같이 간 상사는 분위기 하나 못 맞춘다고 핀잔을 주지, 고객들은 그 보다 더 한 걸 원하는 눈치지… 아무튼 곤혹스러운 상황이 자주 벌어진거야.

그래서 꾀를 낸 게 요즘 유행하는 안마시술소였대. 1차 식사하고, 2차 술 한 잔 걸친 다음 접대부가 있는 술집 대신 안마시술소로 고객들을 데리고 간 거야. 대부분 2차까지 술을 들이킨 다음에는 술 보단 여자를 더 밝히더라나?

안마시술소라고 해서 안마 받는 곳이라 여기면 안 된다는 거 알지? 안마시술소에 가서 여자 하나 붙여 주면 고객들이 더 이상의 요구를 안 한대. 하긴 한 시간 정도 젊은 여자들과 뒹굴고 나면 지치기도 하겠지.

친구가 안마시술소를 고른 건 다른 이유가 있어. 안마시술소에는 함께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입구에서 계산만 해 주면 그 다음엔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가니까 고객을 집어 넣어 주고 나서 문 앞에서 기다리면 되는 거지.

그렇게 하고 난 뒤 고객들도 좋아하고, 그 친구도 괜한 고생 안 해도 되고 해서 좋았다는 거야. 고객이 나올 때까지 무료하게 기다리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접대부 옆에 끼고 술 먹는 것 보단 낫다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여느 때 처럼 2차를 마치고 고객을 데리고 단골로 정해 놓았던 안마 시술소로 갔어. 고객들을 방으로 들여 보내고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안마시술소 직원이 나와서 그러더래.

“형님, 단골이고 하니까 오늘은 형님한테 그냥 서비스로 해 드릴께요. 들어 오세요.”

그 직원 옆에 거기서 일하는 여자가 서 있는데 참 이쁘게 생겼더래. 딱 5초 정도 마음이 혼란스러웠대. ‘남들 다 하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뭐야.’ ‘이거 한다고 큰 죄 짓는 거 아니잖아.’ ‘게다가 아가씨도 저렇게 예쁜데…’

하지만 그 친구는 그 직원과 아가씨들 다시 들여 보내고 그냥 집으로 왔대. 그 때까지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지. 그 친구도 딸만 둘이었는데 늦은 시각이라 자고 있었고.

그 다음 날 친구는 사표를 냈어. 듣고 보니 좀 바보 같지? 나도 그랬어. “그 정도 일 가지고 사표 내면 사회 생활 어떻게 할래?”

그 친구가 그러더라. 그 아가씨를 그날 껴 안았으면 앞으로 거기 갈 때마다 고객만 집어 넣는 게 아니라, 자기도 같이 들어 가게 될 것 같았다고. 고객들에게 아가씨들 하나씩 붙여서 들여 보내면서 ‘저런 지저분한 놈들’ 했었는데, 앞으로는 자기도 그 지저분한 놈들 중 하나가 될 것 같아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요즘은 여자들이 성매매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지? 남자들은 죄다 늑대라 성매매에 대해 양심의 가책 조차 못 느낀다고도 했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안 그런 사람도 있더라구. 남들 다 하는 성매매, 그걸 못 해서 회사 그만 두고 어렵게, 어렵게 인생 사는 사람도 있더라구.

세상이 하도 어수선해서 어떤 게 정상이고, 어떤 게 일탈인 지 구분이 안 돼. 그런데 고집스레 자기 양심의 소리에 반응하며 사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 그게 정상인데 일탈처럼 보이는 그런 사람들 말야.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을 때가 많잖아. 가끔 나만 바보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 사는 게 힘들 때 마다 난 그 친구 생각을 해. 내 양심의 소리가 세상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을 때에는 그 친구의 목소리를 떠올리기도 하지.

그러면 좀 나아. 그래도 세상이 온통 잿빛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 그냥 오늘 그런 생각이 났어. 네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야. 들어줘서 고마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