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12)
이 곳 싱가폴에서는 화물차 짐칸에 사람도 타고 다닌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짐 보다 사람이 타고 있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처음에 그 모습을 봤을 때는 저거 위험해서 어쩌나 싶어 눈을 뗄 수가 없더니만 이젠 익숙해져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나친다.
껌 씹는 것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물 내리는 것까지 참으로 다양한 규제가 행해지는 곳이지만 정작 사람을 위해 필요한 규제는 얼마나 있는 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짐칸에 사람을 태우는 건 불법이다.
그런데 만일 불법이 아니라면 어떨까.
짐칸에 사람을 태우라는 권고규정은 없지만 태운다고 해서 별도의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짐칸에 사람을 태우지 않을까?
위험하고, 불편하고, 서로 서로 보기 민만한 그런 광경이 법으로 규제하지 않는다면 과연 생겨나지 않을까?
출퇴근 시간에 신도림 역에서 환승 해 본 사람은 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사람들 사이에서 떠 밀려 가는 그 불쾌한 경험
지하철 역에서 이른바 푸시맨에 의해 객차 속으로 구겨질 때의 그 참담함
지하철만 그런 게 아니다.
청계천에 다시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 쫓겨나야 했던 그 많은 가게 주인들과 노점상들.
시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공권력에 의한 폭력 행위들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는 대한민국 역시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
짐칸에 사람만 태우지 않을 뿐 별반 다를 게 없다.
법은 사람을 규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이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쪽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법을 만드는 그 작자들을 제대로 뽑고 제대로 감시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머지않아 짐칸에 사람을 태우고 다니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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