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물 중국연수기-엿새째
(2005/09/22)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의 규모는 그 명성대로 거대했다.
경복궁만 보던 조선 사신이 자금성 앞에 섰을 때 느꼈을 감정이 어떠했을 지 짐작이 간다.
난 그 규모에 압도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 나름대로 조예가 있는 몇몇은 예술적인 측면이나 짜임새를 봐서는 경복궁이 훨씬 낫단다. 전문가가 그렇다니 그렇게 알고 있을 수 밖에…
자금성과 마주 보고 있는 모택동 기념관에 사람이 차고 넘쳤다.
모택동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이 그렇게 긴 줄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무료 입장이라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천안문 광장에 모인 사람의 절반은 모택동 기념관을 향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걸인과 페트병을 모으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띄인다.
상대적으로 못 사는 동네라는 조선족 자치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중국식 허풍을 좀 보탠다면 북경과 상해의 관광지 주변에서 만나는 중국인 셋 중 하나는 걸인이었다.
겉에서 보는 자금성은 거대하고 웅장했지만 그 내부는 좀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기까지 했다.
자금성 내부에 농구 골대와 각종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고 곳곳에 잡상인들이 돌아다녔다.
자금성 안에서 간단히 입을 티를 하나 샀다.
30위안인데 중국인민폐가 없어 우리 돈 만원을 줬더니 인민폐로 거슬러 준다.
2004년 중국 관광객 1위가 한국인이었다고 하더니 중국내에서 한국 돈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는 걸 보니 그 통계가 실감이 난다.
점심을 먹고 만리장성으로 가는 길에 쇼핑을 할 시간이 생겼다.
중국에서 살 만한 것은 중국 전통차 밖에 없다고 해서 상점에서 ‘보이차’를 샀다.
손님은 거의가 다 한국인 관광객이다.
여행사들과 계약이 되어 있는 게 틀림없다.
상점의 점원은 모두가 한족이지만 한국말이 능숙했다.
특히 차를 파는 중국인의 한국말이 너무나 정확해서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차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는 사람을 만났다.
예전에 다니던 교회의 장로님 두분이었다.
세상이 넓다고 해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 어디서든 허튼 짓 말자고 다짐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만리장성을 오를 때 그리 덥지가 않았다.
비옷을 입고 만리장성의 수백 아니 수천개의 계단을 올랐다.
만리나 이어진 성을 다 본다는 것은 기대도 안 했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성의 규모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 좀 실망이었다
그래도 일행 중 가장 높이 올라갔다
예경이가 만리장성에 가서 사진을 찍어 오라는 숙제를 내 준 때문이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만리장성에서도 만나는 관광객 둘 중 하나는 한국인이었다
만리장성을 끝으로 베이징을 떠나 상해로 가야 했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공항 시설이 별로였다
연착은 없었지만 수시로 Gate가 바뀌었고 그에 대한 안내도 부실했다.
그래서 중국은 아직 후진국이다
상해는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높은 빌딩, 많은 자동차, 많은 사람들, 곳곳에 늘어 선 광고판까지
저녁식사 후 황포강 유람선을 탔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천지개벽’이라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는 푸동의 발전상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유람선을 타고 돌아 본 상해의 야경은 멋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상해의 야경은 중국의 특징인 허풍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높고 화려한 건물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수도 없는 사무실이 주인을 못 찾아 비어 있다고 했다
건물 외관을 환히 밝히는 조명은 다만 과시욕일 뿐이었다
낮 기온이 35도를 넘으면 전기 부족현상이 생겨서 그나마 건물 외곽의 조명도 켜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유람선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판이 전부였다
몸을 씻지 않고 비단 옷을 걸친 중국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솔 교수는 그 모습을 가리키며 중국이 이렇게 무섭게 따라오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한국을 뛰어 넘었으니 한국도 정신차리고 (노사분규 이런 것 하지 말고) 중국을 이기기 위해 땀 흘려야 한다고 했다
비싼 돈 들여 유람선을 태워 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높은 건물, 휘황찬란한 불빛, 거리를 메운 자동차를 발전이라고 믿는 이들이 너무 많다
유람선에서 내리니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걸인과 잡상인들이 관광객들을 에워 싼다
그들에게 상해의 야경이 무슨 의미일까?
밤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맥주를 마시러 갔다
중국 맥주의 95%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고 해서 찾아 간 곳이 한국 맥주를 파는 곳이었다
시원한 맥주, 친절한 종업원, 북한산 명태….
이런 것들 때문에 기분이 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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