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친구들과 술 한잔씩 할 때 즐겨 가던 Bar가 하나 있다
위치도 가깝고, 분위기도 그럴싸 하고, 손님도 그리 많지 않아 편하게 들려 맥주 한 두병씩 마시곤 했다
거기 바텐더가 하나 있는데 손님이 없는 날은 종종 술친구가 되어 주기도 했다
나이는 20대 중반쯤, 긴생머리(나 여기에 무지 약하다)를 한 아가씨였는데 밥 제대로 안 먹고 찾아가면 김밥에 떡볶이를 사 가지고 와서 먹으라고 건낼 만큼 서로 편하게 지냈다
어제 오랜만에 다시 그 Bar에 갔는데 바텐더가 바뀌어 있었다
사장에게 근황을 물으니 두 달 전에 관뒀단다
그런데 관두고 옮긴 곳이 단란주점이란다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고, 동생들 보살펴야 하는 처지에 Bar에서 일해 번 돈으로는 가계를 책임 질 수가 없었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아가씨가 일한다는 가게 앞을 지나쳤다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 날이 있고, 얼마 안 먹었는데도 취하는 날이 있다
어제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많이 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아가씨 얼굴이라도 보러 들어 갈 용기가 생겼으면 했다
그런데 찬바람 때문인지 술이 취하긴커녕 정신만 말짱했다
삶이라는 게 참 퍽퍽한거다
겨울이 참 길다
(200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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