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한 적이 있어.
나름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다리 위에 올라가 아래를 보는 데 못 뛰어 내리겠더라.
무서워서가 아니라 뛰어 내렸다가 죽지 않고 다치기만 할 것 같아서. 충분히 높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숲 속이라 떨어지다가 나무에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
자살하려다가 다친 몸으로 평생을 사는 건 나와 내 가족에게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어. 게다가 싱가포르에서의 자살은 불법이고.
그렇게 뛰어 내리는 걸 포기하고 터덜터덜 돌아 오는 동안 죽어야겠다는 맘이 조금씩 줄어들더라. 그 때 죽지 않은 게 잘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한가지 확실한 건 다음에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그 땐 한국에서 죽을 거라는 거야. 그게 남은 가족들을 덜 번거롭게 만들 테니까.
왜 죽으려 했냐고? 그 딴 일로 죽으려 했느냔 소릴 들을까 봐 말은 못 하겠지만, 내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일을 겪었거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아. 그 세상이 무너지면 더이상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게 되는 거지.
자기만의 세상이 없이 사는 대로 사는 사람은 자살도 못해. 이명박류가 어떤 일을 당해도 자살 같은 걸 하겠냐고.
노회찬 의원이 오늘 자살을 했어. 정말이지 안타까운 죽음이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봐.
그가 겪었을 고뇌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그의 선택에 대해 훈수를 두는 건 주제 넘는 짓이니까.
그의 삶에 경의를, 그의 죽음에 애도를.
언젠가 내가 그와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을 존중해 주기를 바라.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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