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어지간한 애니메이션 역시 다 찾아보는 편이다.
슈렉, 몬스터주식회사, 월E 같은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내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늘 첫 손에 꼽히는 영화였다.
사실 미녀와 야수의 경우는 영화 자체 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했었다.
벨 테마곡(Belle)이나 'Something There' 'Human Again' ‘Be our guest’ ‘Beauty and the Beast’ 등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이 좋아서 영화를 본 지 25년이 더 되어 가는 지금에도 가끔 유투브 등을 통해 찾아 듣곤 한다.
일 때문에 뉴욕에 간 적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함께 간 동료들에게 시간이 있으니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나 보러 가자고 했는데 다들 시큰둥 해서 혼자 브로드웨이를 찾아 갔었다.
사방이 다 뮤지컬 극장이었고, 꽤 유명한 뮤지컬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미녀와 야수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영화를 이미 봐서 줄거리를 알고 있고, 노래도 꽤 익숙하니 영어를 하나도 못 알아 들어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쿨럭.
애니메이션도 봤고, 뮤지컬도 봤으니 실사영화로 나온 걸 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벨 역할을 맡은 배우가 헤르미온느… 아니 여성운동가 엠마 왓슨이니 억지로라도 찾아서 봐야 할 영화가 되었다.
오늘 아내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왔다.
싱가포르 극장이니 당연히 영어로 말하고 자막은 중국어뿐, 영화와 뮤지컬을 그렇게 봤는데도 대사는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고 노래만 익숙할 뿐이다. (난 싱가포르에서 11년 살면서 도대체 뭘 한걸까?)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영화 보단 뮤지컬이, 뮤지컬 보단 애니메이션이 더 좋았다.
영화를 못 만들어서라기 보단 이제 나도 세상 때가 많이 묻어서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가슴에 안 와 닿아서 그런 걸거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리를 뜬다. (한국만 그러는 거 아니다.)
그러면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두 곡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 하고 ‘Beauty and the Beast’를 놓치게 된다.
한글 자막이 없는 관계로 극장 갈 일 잘 없는 싱가포르에서 아내와 오랜만에 극장 데이트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 (여기까지 썼는데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가서 확인 하라는 문자가 쏟아졌다. 젠장) 아무튼 그런 하루다.
뱀발 : 이 영화에서 동성애 코드를 찾아 내고 그걸 시비 거는 사람들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만물을 성기의 잣대로만 바라보는 사람들, 정말 대단하지 않나? 가여운 사람들.
(201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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