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3)
영화 <라라랜드>를 봤다.
미국 영화 산업의 본거지이자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헐리우드, 그 헐리우드가 있는 LA를 배경으로 배우 지망생과 재즈 뮤지션이 만나 벌어지는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쏟아지는 호평에 걸맞게 음악, 춤, 심지어 배경까지 모두 화려하고 만족스럽다.
나 같은 영화 문외한조차도 두 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영화에 몰입을 했으니까.
영화 평론가들의 호들갑스러운 상찬에 나까지 나서서 거들 생각은 없다.

난 그냥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공연 투어 중이던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돌아 와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영화를 다 본 지금까지도 내 가슴 속에 박혀 빠져 나오지 않는다.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묻는다.
지금 하는 밴드가 정말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늘 꿈꿔 왔던 재즈클럽은 언제 할 생각인지,
세바스찬은 지금 밴드가 성공적이어서 앞으로 몇 달 아니 몇 년은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게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 준다면서.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쉬운 선택을 하지 말고 진짜 꿈을 찾으라고.
“당신은 열정이 있는 사람이잖아!”
그 대목에서 난 미아가 하는 말이 세바스찬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내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지금 하고 있는 일, 그거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결코 네가 원하는 일이 아니잖아. 지금이라도 네가 꿈꾸던 일을 해야 하지 않겠어? 더 늦기 전에 말야. 그 과정에서 어렵고 힘든 거야 네 꿈을 위해 견뎌 내야지. 안 그래? 할 수 있어. 꿈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 붓는다면 못 할게 뭐가 있겠어? 한번 뿐인 인생, 그렇게 허투루 살지 마. 네 꿈을 포기 하지 마….”
마치 이렇게 말이다.
영화는 모두가 짐작한 대로 미아와 세바스찬이 각자의 꿈을 이루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서로의 사랑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다.
“La La Land”를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꿈의 나라”가 되겠지만, “몽상의 세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난 미아와 세바스찬처럼 안정된 생활과 서로를 향한 사랑마저도 포기하면서까지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모습이 딱히 부럽거나 좋아 보이진 않았다.
5년 후 미아 옆에 세바스찬 대신 다른 남자가 앉아 있는 모습, 그거 나만 어색한가?
네 꿈을 위해 모든 걸 걸어라.
영화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모르겠다. 이십대 젊은이들에게도 할 수 있는 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학 다니는 첫째와 고3인 둘째를 부양해야 하는 40대 가장의 입장에선 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미아는 시나리오도 쓰고 연기도 잘 한다.
세바스찬은 누구나 손을 내밀만큼 뛰어난 연주자다.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네 삶이 그러하던가.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남들보다 특출나게 빼어난 것도 아니고, 음악에 재주가 있어도 그냥 남들 하는 만큼이다.
노력하면 언젠간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그런 재주가 아니라, 그냥 누구나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이다.
하고 싶은 것 하고 정말 잘 하는 건 다르다.
남들보다 특출난 뭔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사람에게 네가 잘 하는 것,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네 모든 걸 걸라는 건 그냥 폭력이다.
그래서 내게 “La La Land”는 꿈의 나라가 아니라 그냥 몽상의 세계를 잠시 보여 준 것에 불과하다.
내일 아침이면 난 어김없이 공장으로 출근을 한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여긴 "라라랜드"가 아니니까.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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