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옴표(“ ”)라는 걸 말야, 다른 사람이 한 말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야기할 때 쓰는 거야.
언론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긴 하지만 차마 못해서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할 때 쓰는 못 된 방법이기도 하고 말야.
“악몽 같았다” 혼쭐난 미국인들… TMSC 줄퇴사 한다는데
한경에 실린 기사인데 제목이 이래. 뉴욕타임즈의 보도를 인용한 거래.
악몽 같았다에 따옴표가 있으니 그건 누군가 했던 말이어야 하잖아.
그래서 뉴욕타임즈의 해당 기사를 찾아 봤지.

What Works in Taiwan Doesn’t Always Work in Arizona, a Chipmaking Giant Learns
대만에서 통하는 것이 애리조나에서도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반도체 회사가 깨닫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겠네.
기사를 읽어 가면서 TSMC에서 근무했던 누군가가 “악몽”이라고 했는지 찾아 봤어.
짐작했던 대로 그런 말은 뉴욕타임즈에 없었어.
한경이 그냥 제목 장사한 거야. 따옴표를 써서 누군가가 진짜로 그렇게 말한 것처럼 속이면서.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직원들의 불만에 대한 내용만 뽑아 볼게.
“임원을 포함한 TSMC 직원 12명은 대만 관리자와 미국 직원 간의 문화적 충돌로 인해 양측에 불화가 있다고 말했다.”
“TSMC는 엄격한 근무 조건으로 유명하다. 한밤중에 긴급 상황으로 사람들이 출근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직원들에 따르면 피닉스에서는 서로의 불화가 격화되어 일부 미국인 직원이 그만두었다.”
악몽이라는 말은 없고 “줄퇴사”대신 “일부 미국인 직원이 그만 뒀다”는 내용만 있어.
설마 이게 전부일까 싶어서 더 읽어 봤더니 대만으로 교육을 받기 위해 갔던 한 직원이 한 말을 소개한 게 있더라.
“Oh, my gosh, people work hard,” (맙소사,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더라니깐)
하지만 이게 다야.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이런 상황을 파악한 TSMC의 관리자들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거야.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실시했고,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회의 참석자도 줄였대.
직원들도 이런 회사의 노력을 느낀다면서 대만보다는 업무량이 덜하다고 평가를 했어.
뉴욕타임즈는 TSMC가 아리조나 지역에서 어떻게 숙련된 노동자를 찾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기사를 마무리했어.
인근 대학과 협의해 대학에 클린룸을 지어주는 등 교육을 강화했고, 인턴이나 프로젝트 교류, 취업박람회, 교육시설 설립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대.
일하기 악몽 같아서 직원들이 줄퇴사하는 TSMC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대만과 미국의 기업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TSMC의 노력을 소개한 기사였단 말이지.
한경이 이 기사를 인용하면서 TSMC를 악몽같은 회사로 만드는 것과 함께 뉴욕타임즈에는 없는 삼성전자 이야기까지 얹어서 삼성전자를 빨아주는 기레기 신공을 보였어.
내가 한경 따위에 뉴욕타임즈가 쓴 것과 같 품격있는 기사를 쓰라고 요구하진 않아.
하지만 다른 언론이 쓴 품격있는 기사를 인용하면서 쓰레기로 만드는 건 뉴욕타임즈도 욕보이고, 독자들도 우롱하는 일이잖아.
한경은, 그리고 이 기사를 쓴 박의명은 그냥 평소 하던 대로 기업의 홍보자료나 베껴쓰면서 살아.
그래도 니들 밥벌이는 되잖아.
어줍잖게 언론인 척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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