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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실수투성이 부부배낭여행 #13. 스페인 현지인의 삶을 엿보다.

세비야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날.

전 날까지 세비야 대성당과 스페인 광장을 봤으니 딱히 더 해야 할 건 없었다.

느즈막히 일어 나서 식사 할만한 곳을 찾아 어슬렁거렸다.

대도시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닌 곳에 숙소를 잡았더니 스페인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는 지 잘 볼 수 있었다.

집도, 골목도, 공원도… 그냥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파트가 보이질 않아서 좀 더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느낌.

 

 

숙소 거실 모습.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현지인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동네 식당에 갔더니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빵하고 커피를 시켜서 여유로운 아침을 먹었다. 다들 이렇게 밖에 나와서 브런치를 먹는지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었다. 하몽이 곁들여진 빵도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맛있었고.

바로 옆에 마트가 있어서 구경 삼아 들렀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술값이 싱가포르의 4분의 1 수준이다. 은퇴하면 여기 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현지인들의 아침 식사
아침 식사. 유명 관광지에서 먹은 하몽 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숙소에 돌아 와서 체크아웃을 하는데 주인 아저씨가 자기 휴대폰의 문자를 보여준다.

에어비엔비 숙소 후기에 별을 후하게 달라는 내용을 영어로 적어 놓은 거였다.

우리는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고, 집 주인은 영어를 전혀 모르니 그렇게 소통했다.

별 다섯 개 다 줬다.

문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니까.

 

그 전날에는 버스를 타고 세비야로 갔는데 이번에는 기차를 탔다.

기차역은 바로 스페인 광장으로 연결이 됐다.

이렇게 쉬운 걸 모르고 내내 버스만 이용했으니……

광장에서 다시 플라멩고 공연을 봤는데 전날 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컸다.

 

 

스페인 광장 1.
스페인 광장 2

 

 

공항까지는 공항 버스를 이용했다. 나중에 확인 해 보니 버스비가 비싸서 두 명 이상이면 택시비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짐 있고, 사람 많으면 택시나 우버를 부르는 게 낫다.

체크인은 이미 앱으로 했고 (전 편에서 이야기 했지만 이걸 미리 안 하면 한 사람당 추가 요금이 55유로가 더 붙는다) 짐은 매고 있는 베낭 뿐이라 카운터에 들리지도 않고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유럽의 저가항공 중에서도 가장 싸지만 그만큼 악명도 높은 라이언항공.

비행기를 타는 곳이 공항 건물과 이어져 있지 않아서 땡볕에 한참을 기다렸다가 임시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비행기 실내는 청소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가지고 있던 휴지로 좀 닦아서 앉아야 할 정도로 지저분했다.

게다가 빈 자리가 많은데 우리 둘의 자리를 멀리 떨어뜨려 놨다.

원하는 좌석에 함께 앉고 싶으면 돈을 더 내야 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노을이 곱게 내릴 때였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갔다.

호텔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쯤 발견한 카페에서 청년들이 모여 축구 중계를 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FC와 발렌시아의 결승전 진행 중이었는데 0:2로 바르셀로나가 지고 있었다.

잠깐 보고 있는데 한 쪽에서 공을 찼는데 거의 들어갈 뻔하다가 다시 나왔다.

내가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내니까, 엉뚱한 팀을 응원한다고, 공을 찬 팀이 발렌시아라고 했다.

골이 들어 갔으면 한 대 맞을 뻔 했다. ㅎ

 

나도 바르셀로나 응원한다며 짐 풀고 다시 내려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체크인하고 짐 푸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다시 카페에 갔을 때는 축구는 이미 다 끝났고 청년들도 없었다.

태국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그 동네에서 꽤 유명하다는 수제 맥주집에 갔는데 맥주는 그저 그렇고 치킨윙은 맛이 없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해서 호텔로 돌아 가서 휴식을 취했다.

 

세비야에서는 딱히 실수라고 할 것 없는 평화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바르셀로나에서부터 벌어질 엄청난 실수들을 앞두고 잠시 주어진 폭풍전야의 고요 같은 것이었다.

 

 

모자를 눌러 쓰고 다녀서 늘 머리가 저렇게 눌려 진다. 그럼 뭐 어때.

 

 

오늘의 팁.

관광지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도 현지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곳에 숙소를 구하는 것도 나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가 좀 더 싸고 음식도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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