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을 새로 뽑아야 해서 오늘 인터뷰를 했어.
필리핀,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화상인터뷰을 하니까 전세계 어디서 지원하든 다 인터뷰가 가능해.
그런데 정확히 내가 찾는 사람이 잘 없어.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 직장이 절박하다는 게 문제지.
필리핀에서 응시한 이는 바람에 날아간 자기 집 지붕을 화면에 비추며 이 일이 얼마나 자기에게 필요한 지 이야기 하더라구.
나랑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다른 이는 반도체 경험은 딱히 없지만 현장에서 처음부터 잘 배울 자신이 있다는 말만 반복했어.
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나인데…
3월 9일 이후로 딱 죽지 않을만큼 매일 술을 마셨어.
안 그러면 잠이 안 오더라구.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이번 주에는 좀 적게 마셔야겠다고 맘 먹었어.
그 놈이 탄핵이든 퇴임이든 아무튼 물러난 다음에 감옥 가는 것까지 볼 때까지만이라도 살아 있으려면 여기서 술 더 마시면 안될 것 같았거든.
그런데 인터뷰를 마친 후 지붕 날아간 집에 사는 그 친구와 경력없이 의지만 충만한 그 친구를 뽑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또 술을 마셔.
어쩌자고 노을은 또 저리 고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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