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22)
전여옥 의원이 또 한 건 했다. 정동영 의원의 팬클럽 출정식에서 어린이들이 “국보법 철폐를 주장하는 운동권 노래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를 노래하게 했다”는 사실을 발굴하여 공개한 것이다. 전여옥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 노래는 한총련 행사 등 친북, 친김정일 행사에 빠짐없이 불리는 노래” 라고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사상 도구화는 자유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일단 그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가사부터 확인 해 보자.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1
1. 반백년 분단의 세월 제아무리 길다하여도 / 반만년 이어온 핏줄 끊을수는 없습니다. / 서로를 적대하며 증오했던 날들을 / 만남과 화해속에 모두 날려버리고
후렴) 한민족의 힘과 지혜 남과북이 하나로 모아 /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2. 독약은 약이 아니라 무서운 독인것처럼 / 악법은 법이 아니라 다만 악일뿐입니다. / 제 민족 제 형제를 적이라 강요하며 / 통일의 길 막아서는 보안법 물리치고
3. 그 어떤 사상 제도가 제 아무리 좋다 하여도 / 민족의 이익보다더 소중할 수는 없습니다. /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가정이라도 / 갈라져 싸운다면 모두 망할뿐이라
이 노래는 1990년대 중반에 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이라면 금방 따라 흥얼거릴만큼 유명한 노래다. 제목이 길어 보통 ‘가통 가통’ 또는 ‘가가’라고 했던 바로 그 노래. 독일과 예멘마저 통일 된 마당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이 늦었지만 가장 멋진 통일을 이루자는 평이한 노랫말로 되어 있다.
2절에서 국보법 철폐를 이야기 하기는 하지만, 노래 전체에서 일관되게 말 하고자 하는 요지는 ‘만남’과 ‘화해’를 통해 ‘가장 멋진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다. 이 노래 어디에 ‘친북’과 ‘친김일성’이 설 자리가 있단 말인가. 그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전여옥 의원은 어린이들이 이 노래를 부른 것을 두고 “어린이들의 사상 도구화” 라고 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어린이들을 이념의 선전장으로 동원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을 논하기 이전에 국민으로서의 자질, 또한 부모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거들었다고 한다.
난 열 세살 예경이에게 진작에 이 노래를 들려주었다. 내가 내 아이를 사상도구화 하기 위해 그랬을까? ‘이념의 선정장에 동원’하려고 그랬을까? 아니다. 이 노래가 좋아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통일의 방법을 쉽게 설명 해 주기 위해서 들려 주었을 뿐이다. 나 역시 부모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아야 하는가? 제 아무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그렇게 말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아무튼 이 빼어난 노래는 ‘가통 가통 2’와 ‘가통 가통 3’ 으로 이어진다.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2
한 핏 줄의 아픔 마저 모른 척 눈 감아야 했던 / 부끄로운 지난 날을 뒤로 하고 우리는 여기까지 왔어요 / 한 민족의 자랑마저 모른 척 귀 막아야 했던 / 바보 같은 지난 날을 털어내고 우리는 이제 함께 갈꺼예요
서로의 기쁨과 슬픔 더불어 울고 웃으며 / 겨레의 힘과 지혜 한데 모을 때 누구도 우릴 막진 못하죠 / 우리끼리 더 많이 나누고 / 우리끼리 더 많이 사랑하며 / 세상에서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3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 밉게 보려하면 끝이 없는데 / 하물며 서로 싸우던 사이라면 / 오죽할까요 / 서로를 욕하고 증오하면서 / 작은 것 하나도 이기려 드는 / 미움과 대결의 그 마음 속에선 / 희망은 없어요 /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 힘에 겨워서 울고 있네요 / 우리 민족이 무슨 이유로 / 이렇게 피눈물 흘려야 하나요
통일해요 우리 통일해요 / 이렇게 더는 살 수 없잖아요 / 통일해서 우리도 한 번 당당하게 살아봐야죠 / 우린 할 수 있어요 / 통일해요 이젠 통일해요 / 찢겨져서도 이만큼 왔잖아요 / 세상에서 가장 늦은 우리의 통일을 / 가장 멋진 통일로 만들어요.
‘우리끼리 더 많이 나누고 우리끼리 더 많이 사랑하’잖다. ‘서로를 욕하고 증오하면서 작은 것 하나도 이기려 드는 미움과 대결의 그 마음’ 이제 내려 놓잖다. 나는 이런 노래를 내 아이들과 부르면서 내 아이들에게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주기도 한다. 이런 노래 아이들과 부르는 걸 두고 ‘어린이를 사상 도구화’ 한다고 한다면 난 골백번도 더 할 것이다.
전여옥 의원, 나경원 의원. 그러지 마시라. 눈에 쓴 빨간 안경 내려 놓고 세상을 맑게 보시라. 당신들이 믿건 말건 세상에는 진심으로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이 노래를 만든 이가 그렇고, 이 노래를 부르며 뜨거운 눈물 흘렸을 수 많은 활동가들과 통일을 염원하는 이름없는 민중들이 그렇다. 이 나라에 남북 대치 상황에 기생하여 제 잇속을 챙기려 드는 매국 모리배들만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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