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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오늘 하늘나라로 갔어요."

10년 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를 해서 부서 배치를 받던 날이었다.
단단한 체격에 장교머리를 한 젊은 친구를 만났다.
그는 나 보다 4개월 먼저 입사를 했지만 이 회사가 첫 회사인 신입사원이었고, 난 3번째 직장을 옮기는 경력사원이었다.
소심한 성격의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호탕했다.
언제나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잘 웃었다.
그 친구 덕분에 낯선 회사에서의 출발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1년 정도 같은 부서에서 일하다가 부서가 둘로 나뉘면서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 층에서 일하다 보니 하루에 한번은 얼굴을 마주쳤다.
그 친구는 운동을 좋아했고, 난 술을 좋아했다.
함께 볼링도 치고, 술잔을 부딪혔다.
그 친구는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를 사로잡는 데는 선수였다.
맨발의 청춘부터 잘못된 만남까지 쉬지 않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4년 정도 함께 지내다가 그 친구가 회사를 그만뒀다.
옮겨간 회사 일과 함께 다단계 판매에도 손을 댔다고 했다.
걱정이 되었지만 이왕 하는 것 잘 해보라는 말 말고는 해 줄 말이 없었다.
워낙 성실한 친구라 뭘 하더라도 잘 해낼 거라는 생각도 했다.

 



몇 해가 지나서 그 친구가 결혼을 했다.
신부는 작지만 예뻤다.
둘이 오래도록 잘 살기를 바랬다.

얼마쯤 지나서 그 친구가 위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술을 받고 완치가 되었다고 했지만 나와 만났을 때 그의 체중은 50kg 이 채 되지 않았다.
30kg 가 넘게 빠진 모습에 난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한동안 요양을 하던 친구는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는 회사에서 따로 분사하여 자기 사업을 하기도 했다.
그때 몸 생각해서 무리하지 말라고 했어야 했다.
지난 주 금요일 문자메세지가 왔다.

"**씨 오늘 하늘나라로 갔어요."

밤 12시 삼성의료원 영안실을 찾았다.
친구는 어디 가고 사진만 놓여 있었다.
병원에 갈 때까지도 반신반의했는데, 영정사진과 국화꽃 앞에 난 넋을 놓고 말았다.

올 해 나이 서른 일곱 세상에 부인 하나 남겨두고 저 혼자 가 버렸다.
작고 여린 친구의 아내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내 또래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주말 내내 정신을 놓고 살다가 이제서야 겨우 몸과 마음을 추스린다.
열심히 살았던 그 친구 분명 좋은 곳에 가 있을 거라 믿는다.
내 삶 역시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까지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아쉬움 남기지 않기 위해 애쓸 생각이다.

잘 가라.
친구야.

 

(200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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