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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을 뽑겠다고? 아서라 말아라.

한국 반도체 회사에 다닐 때 이야기야.
세계적인 한 반도체 장비 회사의 한국 사업부에서 신입사원을 서울대 출신 위주로 뽑았어. 
새로 취임한 한국 사업부 사장이 서울대 출신이었는지 아니면 서울대에 자격지심이 있었는지 서울대 출신을 많이 뽑으라고 했대.


그렇게 뽑힌 직원 둘이 우리 회사에 서비스 엔지니어로 들어와 함께 일을 했지.
그 회사가 우리 회사에 장비를 납품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그 직원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 주는 역할을 했어.


그런데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는 거야.
장비에 문제가 있는 게 맞는지, 사용상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등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그 직원은 늘 자기가 옳다는 거였지.


일을 하다보면 어느 한 쪽만 옳을 수는 없어. 그래서 미팅을 잡아 함께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건데, 그 직원은 늘 장비에는 문제가 없으니 사용자가 해결하라는 식이었어.
그 말이 맞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누구처럼 맞는 말도 싸가지 없이 하면 듣는 사람 기분 나쁘잖아. 그들이 그랬어.


하지만 늘 맞을 수는 없잖아. 한번은 그 회사 장비의 확실한 문제를 발견했어. 그 전에는 이런 경우가 있어도 담당 직원과 상의해서 내부적으로 해결했어.
하지만 그 두 싸가지에겐 그러지 않았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그 문제로 인한 피해까지 모두 보상하게 하고 추후 예방대책까지 요구했어.


그 일 이후로 그 직원 둘은 다른 사이트로 옮겨졌고 서울대 출신이 아닌 다른 경력직 직원이 우리 회사를 담당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회사에서 서울대 출신만 골라 뽑는 일이 사라졌어. 반도체 회사가 많잖아. 우리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데다 서울대 출신 직원들의 이직률이 다른 직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는 거야.


난 싱가포르에서도 반도체 일을 계속 하고 있으니까 그 회사 직원들과 지금도 함께 일해. (물론 나라가 달라서 사업부는 다르지만) 그 싸가지 둘과는 많이 달라.


한국의 그 사업부에 후배들이 많이 다니고 있어. 그 중에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후배들도 많아. 그래도 오래 다니며 인정 받고 있지. 서울대 출신 위주로 뽑으라고 했단 그 때 그 사장은 지금 어디서 뭘 하며 또 다른 회사를 말아 먹고 있는 지 궁금해.
기업들이 더 이상 학력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이 기사 읽다가 생각이 난 거야.


뱀발: 난 직원 뽑을 때 학벌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안 그러면 어떻게 서울대 출신을 걸러낼 수 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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