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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이야기

내 맘 속 플레어 현상



화원의 화초가 좋아서, 그 위로 내려 앉은 노을이 좋아서 사진을 찍었어.

화초도 노을도 구름도 심지어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도 예뻐.

예쁜데, 사진 가운데 연두색 점들이 보여.
밤에 조명을 향해 사진을 찍으면 흔히 발생하는 플레어 현상이라고 하더라고.

빛과 렌즈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라는데 아이폰 14나 15 정도 나올 때면 소프트웨어로 없앨 수 있을 거야.

지금 내가 그래.
객관적인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아.
먹고 사는데 (최소한 지금 현재는) 지장없고, 딱히 어디 아픈 데도 없고, 애들도 다 키워놨어.
심지어 그 놈이 대통령 되는 시기에 남의 나라에서 사는 행운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맘 한 곳에 기억하기 싫은 상처들이 박혀 있어.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가 않아.



그래서야.
오늘도 술을 마시는 건.
술을 마시면 혹시 지워지지 않더라도 잠깐이라도 잊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폰이 플레어 현상을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때쯤이면 나도 내 맘 속의 상처도 딱지가 떨어져서 사라져 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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