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0)
이제껏 다녔던 세 회사 중 내 의지로 그만 둔 회사는 하나 뿐이다.
첫 직장은 회사 밖 문제로 회사에서 짤렸고, 세번째 직장은 회사 안 문제로 회사에서 밀려 났다.
이건 여담이지만 내가 첫번째 직장을 그만 뒀을 때 나더러 ‘그 좋은 회사 왜 그만 뒀냐’고 물었던 친지는 얼마 전 내게 ‘그건 회사도 아냐, 범죄집단이지’ 라고 했다. 보수적인 경상도 아저씨인 그 친지가 그 말을 할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그 회사를 ‘범죄집단’으로 여긴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회사가 어디냐고? 신문 안 보나? 혹시 중앙일보만 보는 거 아냐?)
아무튼 세번째 직장을 다닐 때는 첫 회사에서 쫒겨난 경험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행동도 조신하게 하고, 어지간하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그저 그렇게 살려고 했었다. 몇 년은 그렇게 살았다. 남들 하는 대로 그냥 관성에 몸을 맞긴 채.
그러다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부당 노동행위를 하는 걸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보니 내가 총대를 맸다. 노조가 없던 회사에 어렵사리 노조가 생겼었는데, 노조 지도부가 회사에 노조를 팔아 먹는 바람에 (노조를 판 대가로 직원당 120만원인가가 떨어졌었다) 그 누구도 나서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그 일로 인해 회사에서는 내가 요주의 인물로 꼽혔고,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까칠한 기사들이 내 목에 칼이 되어 되돌아 왔다. 사는 이야기를 주로 쓸 때는 방송국 카메라까지 회사 내로 끌어 들이던 회사였다. 그런데 노동문제나 언론문제에 대한 기사를 쓰니 사상이 불순하단다.
회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날 압박했고, 근속 10년을 3개월 남겨 둔 작년 7월 난 회사를 나와야 했다. 내가 그만 둔다고 하던 날, 누군가는 나더러 고맙다고 하더라. 젠장.
노조를 팔아 먹을 때 끝까지 반대했던 한 친구는 구미에 직장을 구해 주말 부부로 산다. 그 친구와 한국노총에 함께 간 일이 있었는데 한국노총이 노동자들의 연대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지난 일을 굳이 끄집어 낸 건 ‘그들’의 근황을 전해 들은 탓이다. 노조를 팔아 먹는 데 앞장 섰고, 회사의 부당 노동행위에 눈 감았으며, 그 이후 회사에서 만든 어용 단체에서 한 자리 하는 ‘그들’ 말이다.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월급 제 때 나오고, 일 하는 데 별 어려움 없고, 때 맞춰 승진을 하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젠 회사에서도 꽤 중요한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한다.
난 그들이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 다만 그 잘 됨이 다른 사람이 흘린 땀의 대가를 그저 가로채는 게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 회사에 빌 붙은 이들이 누리는 호사는 곧 동료 노동자들에게 착취로 이어진다는 걸 깨닫기 원하는 거다.
'그들'의 근황이 날 취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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