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전 오늘, 아내와 둘이서 15박 16일의 스페인 여행을 떠났다.
다녀와서 제대로 된 여행기를 써 볼 생각으로 가는 곳마다 있었던 일들을 노트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그런데 다녀 와서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여행기를 쓰지 못했다.
일 년이지난 지금 새삼스럽게 여행기를 쓰는 건 좀 그렇고, 대신 여행 과정에서 겪었던 몇가지 (흠… 몇가지가 아닐 텐데) 실수를 정리해 보려 한다.
오늘은 먼저 비행기 표를 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 보자.
여행은 5월이었지만 계획은 1월부터 세워 놓았다.
결혼기념일에맞춰 가는 여행이고, 4월 보너스를 받아야 갈 수 있는 여행이었으니까.
그래서 1월에 비행기 표를 미리 검색했다.
구글과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해서 표를 검색했다.
출발지는 싱가포르, 목적지는 스페인.
구글이 권하는 여정 말고 가장 싼 여정 순으로 정렬을 했더니 두 개가 나왔다.
인도항공과 프랑스항공.
싱가포르에서 14년을 살면서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게 인도인들이 풍기는 그 특유의 냄새다.
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는 건 아니고, 인도항공의 비행기는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왕복 14시간 동안 인도 냄새를 맡을 자신이 없어 프랑스항공을 선택했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서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가는 여정이었다.
가격도 싸고 스카이팀 마일리지를 받을 수가 있어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여기에 경유할 때 일정을 조정하면 파리에서 며칠 묶을 수도 있었다.
스페인이 주 목적지지만, 파리의 박물관 여행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예약은 하지 않았다.
5월까지 앞으로 4개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고 혹시 그 사이에 더 싼 게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저장만 해 놓고 몇 주 더 지켜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게 실수였다.
일주일 후 검색을 하니까 프랑스항공의 가격이 10% 이상 올라 있었다. 그래도 가장 싼 것 중에 하나긴 했지만 애초 봤던 가격이 자꾸 아른거려서 일주일을 더 기다렸다.
이런, 다시 일주일 후 검색을 했을 때는 가격이 더 올라서 이젠 다른 항공사 보다도 더 비싼 가격이 되어 버렸다.
눈물을 머금고 프랑스항공보다 싼 다른 항공사들을 살펴 봤더니 터키항공이 제일 쌌다.
이건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마드리드로 가는 거라 파리 대신 이스탄불 여행을 끼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와 상의를 했다.
아내는 맨 처음 파리를 경유한다고 했을 때 파리 박물관 여행을 생각했었는데 그걸 못하게 되어 좀 아쉽다고 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가격은 터키항공이 가장 싸니까 그걸로 선택을 하고 대신 돌아올 때 출발지를 파리로 하는 걸로.
갈 때는 싱가포르 출발, 이스탄불 경유, 마드리드 도착이지만 올 때는 파리 출발, 이스탄불 경유, 싱가포르 도착이 되는 거다.
스페인에서 파리로 가는 건 어차피 바로 옆 나라(!)니까 거기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애초 스페인 여행에서 프랑스 파리와 터키 이스탄불이 추가되어 대략 유럽 여행이 되어 버린 건 이런 사연이 있어서였다.
오늘의 팁
보통의 경우 비행기 표는 일찍 살 수록, 호텔 예약은 늦게 할 수록 싸다.
가능한 일찍 검색해서 이 정도면 충분히 싸다 싶으면 그 때 바로 예약하는 게 돈을 아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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