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살다 보니 가끔 한국에서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이 놀러 오는 경우가 있어.
가족이나 친척은 대부분 (방 두 개 뿐인) 우리 집에서 대충 끼어 지내고, 친구들은 호텔을 주로 잡아.
대략 일주일 정도로 많이 오던데 이틀 정도는 내가 휴가를 내서 같이 움직이곤 해.
싱가포르에서 어디를 가 봐야 할 지 미리 검색해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가족(친척)은 모두 내게 정해 놓은 일정표가 있을 거라 기대하고 그냥 오더라고.
그래서 내 나름대로 싱가포르에 일주일 온다고 하면 어디를 가야 할 지 정해 놓은 데가 있어.
싱가포르에서 제일 먼저 가 봐야 할 곳은 역시 센토사 섬이야.
비보시티에서 트레인 타고 들어 가면 (케이블카는 굳이…)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가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쿠아리움, 해변 등 몇 개 빼 먹어도 하루가 모자라.
어린이나 청소년이 있다면 난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가 제일 좋은 것 같아.
그 다음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겸 쇼핑몰이지. 돈이 덤비면 호텔에 방 하나 잡고 꼭대기에 있는 수영장에 가면 좋지만 (다들 그 수영장 이용하려고 그 호텔에 묶는 거거든) 그게 아니더라도 꼭대기에 있는 바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전망을 즐겨도 좋아.
전망대만 이용하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하지만 바를 이용하면 바에서 먹는 것만 내면 되니까 바가 나을 거야.
일단 내가 아는 명품 상점은 죄다 여기 있는데 물 위에 떠 있는 루이뷔통 매장과 애플 스토어는 아무 것도 안 사더라도 들어가 볼만해.
거기 카지노도 있는데 싱가포르인과 나 같은 영주권자는 입장료 100달러를 받는데 외국인은 무료야.
가서 도박하라는 게 아니라 카지노가 이렇게 생긴 거 구나 하는 맘으로 구경이나 해 보라는 거지.
거기 죽치고 앉아 있는 한국 사람들 꽤 많으니까 괜히 얽히지는 말고.
마리나베이샌즈 앞 길로 한바퀴 돌면 두리안 모양의 공연장 에스플러네이드도 볼 수 있고, 그 유명한 멀라이언상에 가서 물 받아 마시는 척 하는 사진도 찍을 수 있어.
그 근처 레벨33이라는 마이크로브루어리에 가면 앞서 이야기한 모든 풍경에 바다까지 모두 한 눈에 볼 수가 있어.
내가 가끔 싱가포르 관련 소식에 쓰는 사진은 보통 거기서 찍은 거야.
저녁에는 가든스 바이 마리나베이에 가서 영화 아바타에서 나올 법한 나무들도 구경하면 좋아.
김정은 위원장이 거기 식물원에 구경 갔었어.
요즘은 조금 밀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싱가포르의 전통적인 관광지는 새공원, 동물원, 나이트사파리, 그리고 강을 테마로 새로 생긴 리버 사파리야.
동물원이 거기서 거기 같아도 여긴 울타리가 거의 없어서 동물원이 아니라 실제 사파리에 온 느낌을 받아.
새공원의 새도 철창이 아니라 그냥 밖에 풀어 놓은 것 같아 보이고.
네 군데 다 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숙소 위치에 따라 두 군데 정도 골라서 가 보면 재미 있을 거야.
중간에 공연을 하는데 그게 하이라이트지.
돈을 내고 들어 가야 하는 모든 관광지는 거기 가서 표를 사지 말고 클룩이나 한국촌 같은 데서 사면 제법 싸게 살 수 있더라구.
여러 명 표를 합하면 그게 제법 돼.
그 다음은 클라키의 점보에 가서 칠리 크랩을 먹는 거야.
다들 이거 먹으러 싱가포르에 오는 거잖아.
한국에도 있다고 들었는데 맛이 같을 지는 모르겠어.
그 주변 전체가 식당과 펍인데 싱가포르 관광청에서는 거기가 전세계에서 맥주 마시기 제일 좋은 곳이라 소개하고 있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괜찮아.
거기 브루웍스에 가서 화장실 물을 받아 정수한 물을 이용해 만든 맥주를 하나 마시는 참신한 경험도 해 보고 말야.
여기 오래 살다 보니 난 클라키보단 그 옆의 보트키가 낫고, 보트키 보단 로버슨키가 더 낫긴 하더라만 관광객에게는 클라키가 볼 게 좀 더 많을 거야.
거기서 저녁 8시쯤 유람선 타고 마리나베이샌즈 앞까지 다녀 오면 싱가포르의 야경을 예쁘게 볼 수 있을 거야.
크레이지리치 아시안을 보면 그 부자가 싱가포르에 돌아 와서 제일 먼저 하는 게 푸드코트에 가서 친구들과 싱가포르 음식을 먹는 거야.
거기 배경이 뉴튼서커스푸드센터인데 나도 거기 자주 가.
맥주 싸고 음식 맛있거든.
몇몇 가게들은 한국 사람 대상으로 장사하려고 “먹고 죽자”같은 문구를 문 앞에 써 붙여 놓기도 하는데… 그런데까지 가서 한국에서 온 관광객 티를 내면 바가지 쓰기 딱 좋지.
숙소가 서쪽이면 알렉산드리아 IKEA 옆(여긴 IKEA가 둘 있는데 둘 다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아 여유가 있어)에 있는 KEK 라는 식당에 가는 것도 좋아.
원래 푸드코트였는데 KEK가 워낙 장사가 잘 되니까 거기 전체를 다 한 가게가 쓰는 거야.
차이나타운 근처의 푸드코트는 다 기본은 하니까 가까우면 가 보고.
한국 관광객들이 자주 가는 마칸수트라 글루턴베이는 위치와 풍광이 좋아 자주 갔는데 지금은 공사 끝나고 별로더라.
저녁에만 도로를 막아 사테를 구워 파는 라우파삿은 한번 가고 안 갔어. 심하게 별로야.
그런데 방송이든 유튜버든 한국에서 카메라 들고 오는 이들은 다 거기 가더라.
이 정도 돌면 어지간히 다 가 본 거야.
이제 내가 정말로 추천하는 곳.
공원이지.
잘 가꿔진 도시 국가라는 이미지의 싱가포르지만 여기가 적도라는 걸 잊으면 안 돼.
뭘 심어도 잘 자라고 그게 다 우리에겐 이국적이잖아.
보타닉가든, 맥리치공원, 숭게이블로자연공원 등이 좋은데 관광객에게는 아무래도 보타닉가든이 제일이지.
난 가끔 운동하러도 여기 가.
중앙에 난공원부터 시작해서 테마별로 잘 가꿔진 공원인데 바오밥나무부터 신기한 나무들이 여기 다 모여 있고, 곳곳에 호수와 연못, 잔디밭이 있어.
그 안에 식당도 몇 개 있으니까 여러가지로 편해.
여기서 몇시간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나중에 한국 돌아 가서 센토사나 동물원 이상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거야.
그런데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도 다들 잘 안 가더라.
비싼 돈 주고 남의 나라 여행까지 왔는데 뭔 공원이냐며.
아무튼 난 분명 추천했다.
보타닉가든이 인위적으로 가꾼 곳이라면 다른 두 곳은 자연미가 더 있는 곳인데 좋은 곳이긴 해도 여러가지로 불편한 게 많아서 관광온 사람에게까지 권하지는 못하겠어.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배타고 가까운 바탐이나 빈탄에 2박 3일 정도로 다녀 오는 것도 좋아.
인도네시아긴 해도 배 타고 한시간도 안 걸리는데다 거기 리조트는 그리 안 비싸거든. (빈탄이 조금 더 비싸더라)
대신 두 나라 찍을 수 있고, 리조트에서의 여유로운 시간도 즐길 수 있으니까 좋더라구.
나 같은 아재가 가족들 생각해서 짠 일정이니 젊은 사람들 오면 또 다른 걸 찾을 지는 모르겠어.
아무튼 난 여기까지.
올 겨울에 처가에서 4명이 와서 우리 집에 일주일 머물 거라는 연락을 받고 혼자 정리해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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