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호주에 사는 페친 한 분이 그건 “극히 드문 케이스”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럴 수도 있다. 같은 곳에서도 사람들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를 수 있으니까.
난 일 때문에 여러 나라에 가서 제법 긴 시간을 체류하는 경험을 했다. 아시아를 제외하고도 북미와 유럽만 해도 10개 나라가 넘는다.
관광객이 아니라 일 때문에 간 경우가 많아 관광지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의 경험도 많이 했다.
내가 좀 민감해서 그런지 몰라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차 타고 가면서 야유를 한다거나 매점 같은 곳에서 티나게 툴툴거리는 정도.
작년에 놀러 갔던 스페인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꼭 어디라고 하기 보단 대부분 다 비슷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정도 양아치는 어디에도 있기 마련이고, 타인에게 불편함을 느끼고 그걸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들도 국적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있다. 그래서 그런 걸 두고 그 나라 사람의 종특이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만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는 걸 보면 같은 동양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만다. 하지만 호주는 좀 다르다. 딸 아이가 3년 살면서 겪은 차별은 관두고라도 내가 방문했던 두 번 모두 기분 나쁜 차별을 경험했다.
보통 그런 반문명적인 인종차별은 동네 양아치들이 자기 보다 약해 보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그런 일이 공적인 장소에서도 종종 벌어진다는 게 차이다. 예를 들면 비행기 발권 카운터나 식당, 상점, 심지어 관광 가이드까지.....
그건 인종차별이 그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다는 뜻이고, 그걸 표현하는 걸 딱히 무례라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주에는 인종차별 금지법이 있는데 많은 백인들이 표현을 자유를 이유로 반대하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인종차별적 발언과 모욕을 표현의 자유라 여기는 이들이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얼마나 차별을 많이 할 지 짐작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호주에는 인종차별 금지법이 있다. 그 말은 법을 만들어서라도 규제하지 않으면 일상적으로 차별을 저지르는 게 호주 백인들이라는 뜻이다.
호주의 인종차별은 다른 나라와 완전히 결이 다른 악질이다. 그런 나라가 중국에서 차별을 지적하니 그런 거 없다고 우기니 웃기는 거다.
물론 호주에서 10년을 넘게 살아도 인종차별을 겪지 않는 운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다 운이 좋기를 바라는 것 보다는 인종차별이 얼마나 반문명적인지 깨닫고 고치도록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내가 달랑 두 번 방문했던 호주에서 받은 인종차별이 전세계 20여개 나라를 수십 번도 더 방문했을 때 보다 훨씬 더 많다면 내가 특별히 운이 나쁘다거나 민감하다기 보단 호주가 좀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호주에 대한 중국의 무역보복은 재수 없지만 인종차별 끝판왕인 호주가 우린 그런 곳 아니라 우기는 건 염치없는 짓이다. 그래서 난 중국의 무역보복에 호주가 망하더라도 호주 와인을 마실 일 따윈 없을 것이다.
뱀발 : 딸 둘이 싱가포르에 있는 호주국제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그 때 교류했던 호주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예의가 있었다. 싱가포르는 자기들 나와바리(!)가 아니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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