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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이야기

곱버스 타다가 한강 갈뻔한 것들은 피해야겠지.

직장생활 3년차인 큰 딸이 얼마 전부터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다.
새벽 두 시까지 맥주 함께 마시며 내가 해 줬던 이야기.
다른 사람도 들어 두면 좋을 것 같아서 그냥 편하게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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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하면 좋지.
성경에도 그렇게 써 있잖아. “네 재물이 있는 곳에 네 마음이 있다”고.
주식 투자를 하면 최소한 그 회사에 대해서는 공부를 하게 되고, 넓게는 세계 경제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니까 안 하는 것 보단 나아.
 
현실적으로 봐도 은행에 맡겨 놓고 얼마 안 되는 이자 받는 것 보다야 주식 투자를 통한 수익이 좀 더 높을 것 같고, 운이 따른다면 재산 증식의 기회가 될 수도 있어.
물론 제대로 된 종목을 고르기 위해 공부도 좀 해야할 거고, 단기간의 수익률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그런 멘탈도 필요할 거야.
 
난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해.
어떤 종목이 유망한지, 아니면 어떤 종목군이 유망한지를 알아낼 그런 능력도 없어.
그러니 주식 투자 관련해서 조언할 수 있는 게 없지.
 
하지만 딱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건 있어.
종목을 선택할 때 무조건 좋은 회사를 선택하라는 거야.
여기서 좋은 회사란 주가가 앞으로 많이 오를 것 같은 회사가 아니라, 이 회사가 잘 되는 게 우리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회사를 말하는 거야.
 
이게 뭔 참신한 개소리냐고?
그냥 들어 봐.
 
예전 정부, 그러니까 호전적인 보수정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야.
북한에서 우리 영토로 미사일을 쏘고, 군함도 침몰시키고, 언제든지 전쟁을 할 것처럼 서로 으르렁거릴 때가 있었어.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이른바 방산업체 주식들이 테마를 이뤄서 주가가 올랐지.
내가 만약 그런 주식을 갖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겠어?
“요즘은 왜 북한에서 미사일 안 쏘지? 서해안에서 군사 충돌 한번 날 때도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 할 것 같아 안 할 것 같아. 안보가 불안할수록 내가 산 회사의 주식이 오르니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야.
실제로 방산 관련 회사의 주식 토론방에 가면 이런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나오는 걸 볼 수 있어.
 
코로나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야.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는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봐.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를 바랄까 아니면 또 다른 변이가 발생해서 앞으로도 계속 코로나 백신이 필요한 그런 미래를 꿈꾸게 될까?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이 사회가 뒷걸음질을 해야 한다면 그건 잘못된 거야.
 
예전에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소속의 젊은이들이 정당 홍보하겠다며 내 놓은 포스터 중에 이런 게 있었어.


 
“2년 전부터 곧 경제대공황이 올거라고 믿고 곱버스타다가 한강 갈 뻔함”
 
이게 왜 끔찍한 개소리인지 알기 위해서는 “곱버스”가 뭔지 알아야 해. 주식 시장에는 인버스라 불리는 상품이 있어.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이건 주가지수가 하락할수록 돈을 벌지.
여기에 투기성을 한층 더해서 지수가 하락하는 것의 두 배를 벌게 해 주는 걸 이른바 곱버스라고 불러.
 
여기에 투자를 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겠어?
북한에서 미사일 하나 쏴서 국지적인 전쟁이라도 한번 안 나나, 태풍 같은 거 와서 건물 몇 개 안 무너지나, 심지어는 IMF 한번 더 안 당하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국민의힘 젊은 간부가 “경제대공황”을 기대하고 곱버스 상품에 투자를 잔뜩 해 놨으니 세계 경제가 망하는 날만 학수고대했을 거 아니냐고.
더 웃긴 건 세계경제가 좋아져서 다들 행복한데 자기만 돈을 잃어 한강 갈 뻔했다는 소릴 자랑스럽게 포스터까지 만들어 공개했다는 거 아냐.
그냥 미친 거지.
어떻게 그 쪽은 하나같이 그런 것들만 모아 놓았나 모르겠어.
 
그래서야.
주식을 해서 돈을 버는 건 분명 좋아.
하지만 그게 내 인간성을 파괴해서는 안 되는 거지.
친환경 에너지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를 한 후 환경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거나, 기업의 성장이 지방이나 농어촌 발전에 도움이 되는 회사에 투자를 한다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사주가 세금 잘 내고 노조와도 상생하고 사회 기여도 많이 하는 그런 회사에 투자를 하기를 바라는 거야.
 
좋은 회사에 투자를 하면 나도 좋은 바람을 가지게 되고 좋은 일을 할 수가 있어.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권하는 건 딱 그거 하나야.
 
이제 선거가 얼마 안 남았네.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어떻게 될까?
지난 번 삼프로TV 토론한 거 보니까 경제에 해박하고, 주식 시장에 만연한 불공정을 바로 잡겠다고 하니까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줄 거야.
 
그럼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 자체가 무식한 건 둘째로 치더라도 선제타격을 들먹이고 외교와 관련해서도 특정 국가에 혐오 발언을 부추기는 그가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 경제는 엉망이 되지 않을까?
우리의 첫번째 교역국인 중국을 두고 그가 했던 발언들만 봐도 이제 중국에 상품 팔기는 다 틀렸지.
아까 이야기한 그 곱버스 탄 국민의힘 젊은이만 살판 날 거야.
 
나라가 잘 되고 기업이 잘 돼야 주가도 오르고 주식에 투자한 사람도 돈을 버는 거야.
난 네가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벌기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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