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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오피스는 기본, 특히 엑셀 함수는 필수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매니저가 하나 있다.
그도 내가 자기를 안 좋아하는 걸 안다.
그러니 서로 딱 일만 한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건 일만 하는데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도 직장 생활 30년 하다 보니 그 정도 내공은 있다.

오늘 뜬금없이 화상회의를 요청했다.
개인적인 일인데 좀 도와줄 수 있느냐면서.
뭔지 보자고 했더니 엑셀 데이터베이스다.

도와 달라는 건 데이터를 정리하기 위해 함수를 쓰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단다.
구글 검색해서 시키는대로 했는데도 안된단다.

자료를 보니 회사 업무가 아니라 다른 회사에 다니는 아내가 부탁한거다.
병원 자료가 하나 가득이다.
개인적인 거라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도 없고, 또 급한 거라 확실히 알만한 놈이 필요한 데 내가 제일 만만해 보였나 보다.

3분만에 해결해 줬다.
분량으로 봤을 때 함수를 안 쓰고 정리하려면 3박 4일은 걸리겠더라.
일 이야기 말곤 잘 안하던 그가 새해 복 많이 받으란다.

아까 내가 직장 생활 30년이라고 했다.
그 오랜 세월 이만큼이라도 버틴 건 구글링과 엑셀, 이 두개 때문인 것 같다.
내 자료 내가 정리하고, 다른 사람 자료 정리 제대로 못하는 거 도와 줄 정도만 돼도 일 못하니 그만 두라는 소리 안한다.

내 페친들은 다를 전문직 아니면 한량인 것 같아서 이 경험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회사에서 월급받는 일 하고 있다면 무조건 엑셀, 그 중에서도 함수는 따로 공부해서 손에 익혀 놓으시라.

일이 쉬워진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지금이야 스무개 가까운 프로그램이 들어 있지만 MS오피스의 핵심은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 이 셋과 아웃룩이다.

사무직의 경우 이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업무 성과가 갈리기도 한다.

다들 아다시피 파워포인트는 프리젠테이션, 엑셀은 자료 분석과 통계, 워드는 문서 작성이 주목적이다.

어느 회사건 회사 문서 표준 양식이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세가지로 나눠져 있고 용도에 맞게 쓰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걸 프로그램의 목적과 상관없이 손에 익은 거 하나로 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 텍스트 위주의 문서 작성인데 엑셀에 대충 칸 만들어놓고 타이핑을 한다.
이런 거 잘못 프린트하면 한 장짜라 파일인데 열장에 각각 한글자씩 찍혀서 나오기도 한다.

파워포인트에 들어 가는 차트도 엑셀에서 만든 걸 통째로 붙여 넣어 원본 데이터는 물론이고 숨겨 놓은 시트까지 노출 시키기도 한다.
파일 크기가 30메가가 넘는 건 덤이다.

같은 페이지 안에서 글꼴이나 글자 크기가 다른 경우도 있고, 챠트별로 카테고리 이름이 제각각이라 통계에 오류를 내기도 한다. (2022년을 숫자로 설정해서 2,022로 표시되는 것도 봤다)

문서 혹은 자료 작성하는 당사자는 그게 편할지 몰라도 다른 팀과 협업하거나 전체 문서를 통합관리하는데는 큰 장애가 된다.

오피스 프로그램을 용도에 맞게 쓰고 문서 안에서 규격만 제대로 지킬 줄 알면 일 잘한다는 소릴 듣는다.

나 싱가포르 처음 왔을 때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로 왔는데 첫달 보고서 써낸 거 보더니 사장이 구매 및 마케팅 일 하라고 하더라.
그 후 처음 두 달은 회사 양식 표준화시키는 일만 했던 것 같다.

나같이 배운 거 없고 특별한 재주 없는 놈이 다국적 반도체 회사 매니저로 여태 버티는 건 오피스 프로그램 하나 손에 잘 익혀 놔서 그런 거다.

취직을 원하거나 회사에 오래 다니길 원하는 직장인이라면 틈나는 대로 오피스 공부를 하시라. 물론 엑셀부터 제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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