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에서의 마지막 날, 드디어 졸업식
첫번째 글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번 퍼스 여행은 퍼스에서 공부한 큰 딸 예경이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간 것이었다. 섬이나 사막은 그냥 덤이었다는 거지. 그래도 돌아 보면 그 덤이 워낙 실속이 있어, 졸업식 같은 계기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찾을만한 곳이 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퍼스에서의 마지막 날은 예경이 졸업식에 참석하는 게 일정의 전부였다.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초청장이 필요한데, 한 사람당 두 장이 나왔다. 참석하는 이가 더 있어서 초청장이 필요하면 돈을 주고 사야 했다.
‘졸업식 참석을 위해 돈을 내라니… 참 정나미 떨어지는 학교로군’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졸업식은 강당에서 하는데 졸업식을 마치면 정원에서 졸업파티가 이어진다. 파티에 간단한 음식은 물론이고 술이 무제한으로 제공이 되는 것이다.
술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졸업파티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예경이더러 졸업식 한 번 더 하라고 할 정도로.
졸업식에서 꽃대신 맥주를 들고... 좋다.
호주의 대학이긴 하지만 예경이처럼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상당히 많아 보였다.
거의 40% 정도.
한 사람씩 단상에 올라가서 학장에게 졸업장을 받는 식으로 진행이 됐는데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 학생이 혼자 올라가서 졸업장을 받는 장면에선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 지기도 했다.
이어진 졸업파티에선 예경이는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기념 사진을 찍기 바빴고, 우린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맥주를 손에서 놓지 않은채 파티를 즐겼다.
졸업식이 끝나고 한바퀴 둘러 본 학교는 생각보다 차분하고 곳곳이 예뻤다.
이 정도 분위기에서는 나부터도 공부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경이는 여기서의 공부가 부족했는지 스스로 돈을 좀 번 다음 공부를 더 하고 싶단다.
그러라고 했다.
스무 네 살 딸의 인생에 간섭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격려와 응원이 내 몫이다.
졸업식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싱가포르로 돌아 오는 비행기를 탔고, 예경이는 일주일 더 머물며 호주 생활 정리하고 돌아 왔다.
전에 갔던 시드니나 멜버른은 여행하고 싶은 도시였는데, 퍼스는 그냥 살고 싶은 도시더라.
인생 모르는 거지만 호주에 다시 갈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다시 가게 된다면 한동안 눌러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