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프다.
1. 내 옆에서 일하는 친구가 대구 출신이다
사람 좋고, 일 잘하고, 부지런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대구사람 같지 않다'는 소릴 듣는다
이 말이 얼마나 위험하고 저속한 말인지 안다
하지만 요즘 이 말이 자주 쓰인다. 정말 위험하다
2. 지난 선거 때 대구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표차로 전 지역구를 휩쓸었을 때 그 친구 차 유리창이 깨졌다.
길에 세워 둔 차에 누군가가 돌을 던졌다
그 차 번호판에 대구라고 적혀 있었다
3. 대구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한다
'또 대구야?'
크고 작은 사고는 대구가 아니라도 전국 어디서라도 매일같이 난다
하지만 대구에서 나면 '또' 라는 소릴 듣는다
4. 내 첫사랑은 대구 여자였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경상도 사투리라 묶어 이야기하지만 내 고향 부산 사투리에 비하면 대구 사투리는 천상의 목소리다
박근혜를 보면 내 첫사랑이 생각난다
내 첫사랑도 박근혜처럼 **한 사람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이다
5. 지난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식 때였다
그 자리에 정치인들도 몇몇 얼굴을 내 비쳤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자리에 가지 않아도 한나라당이라면 전두환이나 노태우가 나와도 찍어 줄 사람들이란 걸 한나라당 의원들도 아는 것이다
굳이 공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공들이고 돈 들여 대구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다
당에만 충성하면 공천을 받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되는데 지역을 위해 일 할 생각이 날까
6. 새해를 며칠 앞두고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의 화재는 거기에서 생계를 잇고 있는 대부분의 서민들의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가슴이 아프다
이 추운 겨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다
이럴 때 '나눔과 연대'가 필요하다
형편을 쪼개 서문시장의 상인들에게 따뜻한 이불 하나라도 보내야 하고, 상인들은 서로 연대해서 보상도 받고 복구도 해야 한다
그런데 대구 사람들은 '왜 또 대구에서...'라는 물음에 한번쯤 답을 생각 해 봐야 한다
혹시 공사현장에, 관리시설에, 복지에 쓰여야 할 것들이 다른 곳에 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대구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더 이상 대구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따위 글 쓰는 내 마음도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프다
젠장
(200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