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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 하던 날

solneum 2022. 1. 23. 19:22

6월 10일 일요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한다고 예고된 날이다.
싱가포르에 산다고 해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사적인 날을 맞이하는 싱가포르 현지의 모습만큼은 기록해 두고 싶었다.

하지만 10일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만 뉴스를 통해 전해 들었을 뿐 호텔에 몇 시에 도착할 지는 알 수가 없었다.
오전에 북한에서 비행기가 떴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지만 그렇게 뜬 비행기가 무려 세 대, 어느 비행기에 김 위원장이 탔는 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을 확인하는 건 포기하고 숙소 주변의 풍경만 스케치 하겠다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아침에 확인한 뉴스에 의하면 김 위원장은 저녁에나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는 이미 수 많은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호텔 앞 도로에는 보행자가 건널 수 없도록 차단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4차선 중 2개 차선만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막아 놓고 있었다.
호텔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북한측 인사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그때서야 확인한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 타임즈”에는 김 위원장이 벌써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내려 호텔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떠 있었다.
기다리기만 하면 김 위원장 일행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싱가포르 현지 시각 오후 3시 15분 그나마 한 개 차선을 이용해서 차량 통행이 되던 것이 멈췄다.
호텔 앞 뿐만 아니라 호텔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도로 전체에 통행 제한이 이뤄졌다.
그 넓은 도로에 차량이 한 대도 다니지 않았고, 이따금 경찰 순찰 오토바이만 지나가는 것을 보아 곧 김 위원장 일행이 도착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드디어 오후 3시 40분, 텅 빈 도로에 경찰 오토바이를 선두로 하는 김 위원장 일행이 등장했다.
경찰 오토바이 뒤를 따라 검은 세단 몇 대가 지나가고, 보도진을 태운 차가 지나가더니 드디어 김 위원장을 태운 검은색 벤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가에 서 있던 시민들은 탄성을 질렀고, 일부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차 이후에도 수 많은 차량이 꼬리를 물고 지나갔고, 그 많은 차와 오토바이들이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는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들어 갔다.

김 위원장이 호텔로 완전히 들어 간 이후 도로에 차량 운행은 재개 되었지만 호텔 주변은 여전히 통행이 엄격히 제한 되었다.
호텔 뒷길로 가 보았지만 그 곳 역시 경찰의 검문 검색과 통행 제한이 이뤄지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호텔로 들어 가는 것 까지 확인했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어 이번에는 마리나베이샌즈가 보이는 멀라이언 파크로 향했다.

호텔과 프레스센터에 있는 기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자들은 싱가포르의 모습을 제대로 전할수 있는 멀라이언 파크 주변에서 싱가포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한국 방송사 중에 유일하게 싱가포르 현지 스튜디오를 마련한 jtbc의 스튜디오 역시 멀라이언 파크에 위치하고 있었다.

멀라이언 파크 주변에는 수 많은 호텔들이 있는데 대부분 북미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의미로 관련 국가들의 국기를 나란히 게양하고 있었다.
한국, 북한, 미국, 싱가포르 그리고 중국.
실제로 이번 회담에 참여하지 않은 중국의 국기를 함께 게양한 게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멀라이언 파크 주변까지 확인하고 돌아 서는 순간 휴대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떴다.
트럼트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가야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가지 않기로 했다.
샹그릴라 호텔은 이미 방문해서 기사화 했던 이유도 있지만,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한민족인 김 위원장의 방문만큼 내게 떨림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찾은 시내 술집에는 유독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
굳이 말은 안 해도 다들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와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설렘이 얼굴에서 묻어 나는 것 같았다.

 

(2018/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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