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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대선,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하나.

solneum 2022. 1. 16. 11:19

(2017/04/22)

 

다들 알다시피 이번 선거는 박근혜 탄핵으로 인해 예정에 없이 실시하는 선거다.

박근혜는 왜 탄핵 당했나.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근혜의 무능이 테블릿PC를 통해 드러난 게 결정적인 계기이긴 하지만 사실 최순실 하나만으론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일이 가능하지는 않았을거다.

박근혜 이전 이명박부터 도합 9년 동안 저들이 보여준 오만과 불통과 무능에 단단히 열받아 있던 국민들 앞에 최순실이라는 불씨가 날아 들어 불을 지른거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뽑아야 하고 어떤 세력이 정권을 가져야 할까?

사람들은 지난 이명박근혜 9년을 돌아보며 다들 이구동성으로 “이게 나라냐?”는 한탄을 쏟아 냈다.

지난 촛불 집회에서 가장 많이 불렸던 노래 중 하나도 바로 “이게 나라냐 ㅅㅂ”다.

 

“이게 나라냐? 이게 나라냐? / 근혜 순실 명박 도둑 간신의 소굴 / 범죄자 천국 서민은 지옥 /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

 

이명박의 4대강, 자원외교비리, 방산비리, 박근혜의 세월호 참사, 미르재단 등등, 저들이 저지른 일들이 하나 같이 끔찍하고 중한 범죄다.

그런데 저들은 그런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국민 앞에 그 일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니들이 알아도 뭘 어쩔건데?” 하는 식이었다.

국민들은 비리 자체에 한 번 놀라고 국민을 업신여기는 그 뻔뻔함에 또 한 번 놀라면서 가슴 속에 큰 분노를 쌓아 왔다.

 

“이게 나라냐”하는 탄식을 끝내기 위해서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맞다. 문재인 이야기하는 거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헬조선이 지상천국으로 천지개벽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때 먹고 살만했던 이들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 때 사는 게 퍽퍽했던 이들은 또 그런 일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만해도 “이게 나라냐” 하는 외침은 크지 않았다.

이명박근혜처럼 작정하고 일부러 나라를 망치지도 않았고, 모든 면에서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지도 않았고,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업을 벌이거나 재벌 등처먹는 짓 따윈 하지 않았다.

 

경제 지표는 개선됐고, 전쟁의 공포는 한두 발짝 멀어졌으며, 언론은 자유로웠고, 공무원들은 제 할 일을 했다.

많은 이들이 문제만 생기면 “이게 다 노무현 탓”이라고 했지만, 노무현은 그게 민주주의다라고 받아들였다.

노무현 정부 당시가 내가 바라는 나라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게 나라냐 할만큼 엉망인 것도 아니었다.

이명박근혜 9년이 워낙 끔찍했기 때문에 노무현 당시로만 되돌려도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는 거다.

 

게다가 인수위 시절도 없이 바로 대통령의 직무가 시작되는 현 상황에서 원내 1당이기도 하고 집권 경험도 있고 인재풀도 충분한 민주당이 집권하는 게 가장 안정적일 것 같기도 하다.

 

안철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노무현은 지역감정 깨겠다고 부산으로 갔는데, 안철수는 지역감정 덕 좀 보겠다며 광주로 갔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대의를 지켜야 하는 게 정치인의 도리인데, 안철수는 자기 이익을 위해 대의고 소의고 다 팽개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을 보시라.

지역구가 호남만 아니었다면 예전 새누리당에도 들어갔을 인물들이 태반이다.

그런 구시대의 정치인들이 안철수와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정부. 아… 상상만으로도 끔직하다.

 

안철수 스스로도 말한다.

유승민의 바른당은 물론이고, 홍준표의 자유당 사람마저도 함께 손 잡을 수 있다고.

세월호 유가족 앞에 서지도 못하는 인물이, 이명박으로부터 온갖 지위를 받아 누리던 인물이, 조갑제, 박사모, 조중동 등 박근혜 세력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 구시대의 인물들을 죄다 캠프로 끌어 들이는 인물이, 사드배치 찬성하고 개성공단 재개는 안된다는 반평화적 인물이 지금 당장 바른정당이나 자유당과 합당을 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 그게 정권 교체인가 정권 연장인가.

 

유세현장의 사진을 자세히 보시라.

문재인 주변에 모인 시민들과 안철수 주변에 모인 시민들의 나이, 성별, 표정 등등을 자세히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문재인 유세현장은 촛불집회를 하는 광화문광장 분위기지만, 안철수 유세현장은 박근혜 탄핵반대를 외치던 시청광장의 모습이다.

다 떠나서 미학적으로도 안철수는 옳지 않다.

 

홍준표와 유승민은 굳이 길게 말할 가치도 못 느낀다.

홍준표는 격리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보이고, 유승민은 그 편협한 안보관이 그의 다른 장점들을 다 가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되겠다.

유승민의 정당 역시 이전 박근혜당이었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고.

 

심상정 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심상정에게 투표를 할 거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 게 순리라고 보지만, 그게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이 되는 것 보다야 백번 옳은 거라고 보지만 문재인을 대통령 만드는 건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다.

 

난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고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진보정당이 역대 대선에서 받은 가장 높은 득표는 16대 대선에서 받은 957,148표(3.9%)다.

그것도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 철회 이후 행여 노무현이 대통령 안될까봐 권영길을 지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노무현 이름 옆에 투표한 사람들의 수를 뺀 게 그 정도다.

그리고 그 이후 이 땅의 진보 세력은 딱 그 3.9%만큼의 대접을 받았다.

 

만약 그 때 3.9%가 아니라 13.1% 즉 민주노동당이 16대 총선에서 받은 평균 득표율을 넘었다면 지금처럼 심상정을 제외한 모든 후보가 보수의 표심을 얻으려고 보수 세력의 입맛에 맞는 공약만 개발하는 일은 없었으리라.

진보는 선거때마다 늘 그 실체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보수 표는 어떻게는 빼앗아 와야 하지만 진보 표는 평소엔 목소리만 높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어차피 민주당 쪽으로 몰릴 표라는 인식을 깰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극우와 보수로 쏠려 있는 현 정치 지형을 중도와 진보 쪽으로 조금이라도 옮길 수가 있다.

진보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최선의 선택이 있는데 굳이 차선 혹은 차악을 선택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없는 심상정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소릴 한다.

내가 표 안 줘도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굳이 맘에 없는 내 표 하나 더 얹는 것 그게 바로 죽은 표, 사표다.

행여 안철수가 대통령 될까 봐 어쩔 수 없이 문재인에게 주는 그런 표가 정말이지 투표의 의미를상실한 사표다.

 

이 땅의 진보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가 3.9%가 아니라 13.1% 아니 그 이상이라는 걸 표를 통해 똑똑히 확인시켜 주는 것, 비록 대통령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 지를 보여 주는 표, 그게 바로 살아 움직이는 제대로 된 표다.

 

사실 심상정이 돼지발정제 홍준표 보다도 표가 적게 나온다는 건 극히 비정상이지 않나.

문재인 지지자는 문재인 대통령 만드시라.

다만 막판에 사표 운운하며 심상정에게 갈 표를 달란 소리는 하지 마시라.

그런 소리 하려면 노무현 때 빌려간 권영길 표부터 갚고 하든지.

 

“노동이 당당한 나라”

나처럼 평생 노동자로 살아온 사람에겐 이 구호가 딱 와 닿는다.

심상정을 통해 진보의 싹을 크게 키우는 게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 것 이상으로 가치있는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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