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대신 우버, 퍼스에서도 난 역시 뚜벅이.
면허증을 가지고 오지 않은 탓에 예약해 놓은 렌터카는 취소하고 이제부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호주의 택시 요금은 비싸지만 대안이 있다.
공유자동차 서비스인 우버 (UBER)
한국에서는 카카오카풀 때문에 논란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기존 택시 기사의 입장도 들어야 하고, 서비스 시작 전에 정비해야 할 규정도 많을 거다.
그런데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이 보다 더 편한 것도 없다.
난 싱가포르에서 이미 우버와 그랩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에서 이용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나라가 다르다고 해서 앱을 다시 깔거나 설정을 따로 하는 것도 전혀 없다.
그냥 싱가포르에서와 똑 같이 쓰면 된다.
앱을 열어 내가 있는 위치 (이건 자동으로 설정이 된다) 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대부분 5분 내에 차가 온다.
영어 한마디 못해도 된다.
기사가 이미 내가 누군지 어디로 갈지 다 알고 있으니까.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돈을 꺼낼 일이 없다.
미리 등록해 놓은 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되니까.
게다가 요금도 싸다.
싱가포르의 경우 대략 택시 보다 10% 정도 싼데, 호주에서는 경험상으로는 20% 이상 싼 느낌이다.
넷이 함께 움직이니 버스나 지하철보다 우버 요금이 더 싸게 나올 때가 많다.
게다가 내가 타는 차와 기사, 타고 내리는 시간과 장소까지 다 기록으로 남으니 안전하지도 하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 입장에서는 우버 같은 공유자동차 서비스보다 더 유용한 건 없다.
공유서비스가 이용자 입장에서 편하고 좋으니까 한국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유자동차 서비스의 확산이 가져올 문제들도 많다.
택시 기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안전, 일자리, 독과점, 경제 정의, 환경, 도로교통에 미치는 영향...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미 이 서비스를 도입한 여러 나라의 사례를 연구해서 우리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한 다음 천천히 도입했으면 하는 게 지금의 내 입장이다.
여행과 상관없는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일단 우린 우버를 불러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갔다.
에어비엔비를 이용해서 숙소를 예약했는데도 하루가 모자라 첫날은 호텔에서 자기로 한 거다.
호텔 예약을 호주에 사는 예경이에게 시켰더니 평범한 대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호텔을 잡아 놨다.
방 하나에 침대 세 개.
기본으로 주는 먹을 물도 없고, 복도는 걸을 때마다 삐걱댄다.
아빠 호주머니를 걱정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기특한 녀석.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호주에 왔으니 스테이크를 먹어볼까 싶었는데 예경이는 한식을 먹고 싶단다.
할머니 혼자 사는 집에 방 하나 빌려 살면서 생활비는 아르바이트 해서 벌어 쓰느라 늘 푸드코트에서 호주식으로 밥을 먹었는데 엄마 아빠 왔으니 삼겹살에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는 거다.
파스에서 제일 맛있는 삼겹살 집을 찾으라고 했더니 호텔 앞 길 건너편에 바로 있단다.
싼 호텔을 잡은 게 아빠 호주머니 걱정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 한국 식당과 가까운 호텔을 잡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호주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삼겹살과 함께 깊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