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너 마저 삼성 옆에서 왜 그러는건데?
(2016/10/04)
지난 9월 2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잇다른 폭발로 인해 판매가 된 250만대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발표를 했다.
그 발표 이후 연합뉴스는 < SNS돋보기> 갤노트7 250만대 전량 교환…"통 큰 결정" 이라는 기사를 내 보냈다.
삼성전자의 발표에 대한 인터넷의 여론이라며 “참 멋진 결정입니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환영합니다.” 같은 호의적인 의견을 여럿 소개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자 한 삼성의 탁월한 선택.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 부분을 많이 본받았으면 한다"는 내용에서는 잘못에 대한 사과와 대책을 내 놓은 게 아니라 뭔가 대단한 성취라도 한 것으로
착각할만 했다.
반면 삼성의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은 마지막 한 문장에 두 건의 의견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의 리콜에 대해 “통 큰 결정” 혹은 “통 큰 리콜” 이라는 표현을 달고 삼성에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 냈다. 삼성은 항복한다는 표시로 두 팔을 들었는데, 그게 그냥 만세가 되어 버린 상황이 되어 버렸다.
외국 항공사들이 비행기 안에서 안전관련 안내 방송을 할 때 노트7 사용 금지에 대한 방송을 제일 먼저 할 정도로 외국에서는 삼성의 노트7 뿐만 아니라 삼성 휴대폰 자체에 대한 우려가 큰데 한국 언론만 봐서는 그런 사실을 알 방법이 없다.
그런데 오늘 한겨레에 (맞다. 한겨레다.) 눈을 의심케 하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제목은 “갤노트7, 위기 대응 모범사례 쓰는중?”
본문을 다 읽지 않는 이들을 위해 소제목으로 요약도 착실히 해 놨다.
[재빠른 인정 이어 사과·리콜까지 / 삼성, 배터리 연소에 ‘정석 플레이’ / 교체품 연소 신고도 즉각 공개 검증 / “투명하게 진행하니 자연스레 해결” / 신속한 행동, 재판매 호조로 연결]
다시 말하지만 이 기사는 매일경제나 한국경제도 아니고 계열사인 중앙일보도 아닌 한겨레다.
기사 내용을 보자.
[삼성전자가 이른바 ‘정석 플레이’를 통해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갤럭시노트7 이상 연소 사태를 ‘스토리’로 만들어가고 있다. 업계에선 교체된 제품에서 별다른 결함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타이레놀 사태’ 못지않은 위기 대응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의 노트 7 사태와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사태를 그냥 이렇게 갖다 붙여도 되는 일인가?
타이레놀 사태란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해서 이를 복용한 사람이 죽자 이 약을 만드는 존슨앤존슨이 약을 모두 회수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판매마저 중단했던 사건이다. 존슨앤존슨이 잘못해서 일이 시작된 게 아니라 존슨앤존슨 역시 피해자였다.
삼성지 직접 만든 휴대폰이 폭발을 하는 바람에 전량 교체를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삼성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일이다.
[삼성전자는 제품을 넘겨받자마자 스위스에 본사를 둔 검사·시험·검정·인증 서비스 전문업체인 에스지에스(SGS) 한국지사에 정밀 검증을 맡겼다. 외부에 맡겨 오해의 소지를 없앤 것이다. 2시간가량의 엑스레이 및 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 외부 충격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스마트폰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외부 충격으로 내부 분리막 등이 훼손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상 화재나 폭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들은 배터리에 화재나 폭발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설계를 하고 제작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휴대폰을 만들 때부터 가정에서 휴대폰에 가해질 수 있는 최대한의 외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해야 정상이다. 삼성의 발표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원래 충격을 받으면 잘 터지니까 우린 잘못이 없다는 태도다.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니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됐다.”]
‘문제 없다면서 바꿔준 휴대폰이 외부 압력에 의해 터졌는데 무슨 문제가 해결됐느냐’고 따져 물어야 기자지, ‘삼성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니 해결된 겁니다’ 라고 하면 그게 기자인가 삼성 홍보실 직원이지.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문제가 있어 혼선을 빚긴 했지만, 발 빠르게 리콜을 결정하고 공식 사과한 것은 평가해줘야 한다.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진일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휴대폰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말로는 늘 “아이폰 게 섯거라” 하며 애플의 경쟁자를 자임하는 삼성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그 이상의 것을 보여 줘야 하는 기업에 대고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진일보한 것”이라며 평가해 달라는 낯간지러운 말이 어디있나.
[이 때문인지 갤럭시노트7의 인기는 리콜 사태를 겪고도 식지 않은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판매 재개 첫날인 1일 2만대 이상 나갔고, 2일에도 1만대가량 판매됐다고 밝혔다.]
노트7이 잘 팔린단다. 개천절 연휴 기간 하루에 1~2만대 팔리는 것이 식지 않은 인기를 반영하는 것인지 그동안 대기 수요가 한번에 몰려 반짝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언론에서 잘 팔린다고 보도하면 더 잘 팔리는 현상을 감안하자면 한겨레의 이 기사로 인해 판매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은 분명 해 보인다.
휴대폰 폭발에 대한 삼성의 발빠른 대처가 전화위복을 가져 올 거라는 소설을 쓰는 언론사들 수도 없이 많다. 굳이 한겨레까지 거기에 숟가락 얹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폭발의 원인이 삼성SDS 배터리만의 문제인지 설계 자체의 문제인지를 제대로 확인 된 거 맞나? 외부압력에 의해 폭발하는 휴대폰을 계속 팔아도 되는 건가? 노트7을 폭발물로 취급하는 외국 항공사에 대한 대처는 충분한가?
한겨레가 물어야 할 건 이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