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HBM 못 팔게 만든대.

어제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거 말고 블룸버그가 내 놓은 HBM 관련 기사가 하나 더 있어.

US Weighs restrictions on China’s access to AI memory chips

사실 이게 좀 더 중요한 이야기야.

앞서 이야기한 건 삼성이 HBM에서 죽쓰고 있다는 이미 알려진 사실에 대한 요약일 뿐이었지만, 이 기사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거든.

내용은 간단해.

미국이 중국이 AI산업을 저지하기 위해 AI용 메모리, 즉 HBM과 그걸 만드는 데 쓰는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을 예정이라는 거 거든.

장비는 그렇다치고 메모리만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게 되잖아.

미국의 마이크론은 이미 중국에 HBM을 팔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실제 규제에 들어가면 그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하게 되는 거야.

기사에 따르면 적용 대상이 HBM2 같은 전세대 부터라니까 실제로는 모든 HBM의 중국 수출을 못하게 하겠다는 거지.

지금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능력 대부분을 HBM3 이상으로 바꿨고, 고객사도 엔비디아를 위주로 한 미국 회사에 물량 납품하기도 바빠서 중국에는 거의 안 넣고 있는 걸로 알아.

문제는 삼성이지.

HBM을 가장 많이 쓰는 엔비디아는 아직 못 뚫었으니 중국에서 달라고 하면 거기라도 팔아야 하잖아.

게다가 비공식적으로는 엔비디아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H20에 삼성 HBM3가 쓰인다고 하니까 어차피 이것도 규제의 대상이 될 거란 거지.

SK하이닉스는 그나마 괜찮고 삼성은 HBM관련해서 뭘 해도 안 된다는 이야길 하는 게 아냐.

미국이 자기 맘대로 다른 나라, 그것도 우방 혹은 혈맹이라고 부르는 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하라 마라 맘대로 정하겠다고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고,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고 싶은 거야.

미국 정부가 보도된 내용대로 결정하기 전에 우리 정부가 우리 반도체 산업에 해가 되는 결정은 하지 말라고 외교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이야기가 없어.

언론들도 어차피 중국에 HBM 파는 게 얼마 안 되니까 큰 피해가 없을 거란 이야기만 하고 있어.

난 반도체로 밥 벌어먹고 살고 있긴 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냐.

하지만 우리 정부와 언론은 반도체가 우리나라 먹여 살린다며 여지껏 반도체 재벌들에게 뭐 하나 더 해주고 싶어서 난리를 쳐 왔잖아.

그럼 우리 반도체 산업에 해가 되는 일이 생길 것 같으면 공론화하고 힘 합쳐서 막아내는 게 맞잖아.

그걸 안 해.

상대가 미국이라서 쫄은 거야?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