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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자위하며 산다.

solneum 2022. 3. 21. 21:48

(2007/12/20)

텔레비전을 켰다가 개표방송이 진행되는 걸 잠깐 확인하고 다시 꺼 버렸다.
뻔한 대선 결과 때문이라기 보다, 반복해서 비춰지는 이명박의 얼굴을 쳐다 보는 것 만으로도 힘겨워서 그랬다.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어제 취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던 이가 얼마나 됐을까?
평소보다 훨씬 더 마신 것 같은데 정신은 말짱했다.
그게 더 견디기 힘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라.
직선제 쟁취 후 첫 선거에서 노태우를 뽑았을 때에도 지금과 똑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개를 후보로 내 놓아도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 될 거라는 로이터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 해 보면 노무현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이나 별반 다를 건 없다.
신자유주의를 추종하고, 미국에 굴종적이며, 반생태적인 건 빼다 박았다.
이명박이 개인적으로 좀 더 부패하고, 좀 더 뻔뻔스러우며, 좀 더 노골적이라는 것 정도가 다를까.
이번에 보니 이명박 주위에 늘어 선 인물들도 하나같이 역겹게 보였다.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바뀌면 피아구분이 좀 더 선명해진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
말로는 진보를 떠들면서 행동은 지독한 보수인 노무현 보다, 말과 행동 모두가 수구꼴통인 이명박이 훨씬 낫다.
싸우기가 쉽다.

이인제, 이회창과도 연대하겠다는 정동영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또 한번 다들 헷갈릴 뻔 했다.
권영길의 지지도가 형편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 여길 수 있겠다.
다음 대선 때는 심상정 후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

연말 연시라 술자리가 잦을 것 같다.
한 며칠 술에 젖어 있다 보면 지금의 이 끔찍함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겠지.
적응하면 좀 덜 끔찍하다 느끼겠지.
그래도 나라 밖에 나와 살고 있으니 그 얼굴 좀 덜 봐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이렇게 자위하며 산다.
여러분도 그러하길, 그래야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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