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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그 이후에 맞이할 수모가 끔찍하다.

solneum 2022. 3. 21. 21:44

(2007/12/02)

"끼리끼리 해먹고 그 지위와 신분을 대대손손 이어가며 누군가 새로이 그 대열에 끼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나라"  그것은 필리핀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필리핀에서 제가 했던 질문 중의 하나는 이것이었습니다.  "아니 사람들이 그 꼴을 보고 가만히 있어요?  그래도 우리보다 먼저 민주화된 나라 아니에요 시민혁명으로"
그러자 그 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습관되면 적응돼요.  누가 헬기 타고 학교 가면 아마 한국 사람들은 눈 뒤집을 거 아니에요.  근데 그게 습관이 되면 괜찮아요.   시민혁명이요?  아키노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요.  그래 봐야 다 끼리끼리 해먹는 거예요."

블로거 산하님의 포스팅(필리핀에서 생긴 일) 내용 중 일부를 옮겨 왔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주노동자' 중 한사람이므로 다른 이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일 따윈 하지 않습니다.
국적이나, 민족, 피부 색, 언어 따위로 사람을 구분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한 일년 이상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숨소리까지 가깝게 듣고 난 이후 한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 등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과도 아무런 차이 못 느끼고 잘 지내는데 필리핀 사람들과는 함께 어울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강자에겐 철저히 굴종적이고, 약자에겐 가혹할 정도로 냉정한 그들의 모습, 그리고 치사할 정도로 자기 것만을 챙기는 모습(같은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서도 독자생존을 도모하는)을 너무도 자주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전 몇몇 개인의 문제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수가 자꾸 반복될 수록 혹시 역사적, 사회적 문제가 그들을 특정한 틀 안에 가두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하님의 포스팅을 보고서 제가 느낀 답답함과 불쾌함의 실체가 손에 잡히는 것 같습니다.
"끼리끼리 해먹고 그 지위와 신분을 대대손손 이어가며 누군가 새로이 그 대열에 끼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나라"
게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하루에도 수도 없는 정적들이 소리 소문없이 죽임을 당하는 나라.
아무튼 이래선 안 되는데 하면서도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대한 경멸이 커 가는 걸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고민 하나가 부쩍 커지고 있습니다.
이모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도 필리핀이나 하등 다를 게 없는 그런 나라가 될 거라는 고민 말입니다.
부패하고, 거짓되고, 타락해도 경제만 살려라는 우민과 그로 인해 탄생된 저질 대통령.
그가 만들어 낼 경제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극화를 불러 올 게 뻔하고, 경제 외의 분야에서는 이제까지 억지로라도 쌓아 온 성과들을 하루 아침에 허물고 역사의 시계를 30년 이전으로 되돌릴 게 뻔합니다.

그냥 그게 끔찍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한국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멸의 대상이 되어야 할 미래가 끔찍합니다
머잖아 필리핀의 어느 블로거가 이런 글을 쓰겠지요.
한 때 잘나가던 한국이 이젠 "끼리끼리 해먹고 그 지위와 신분을 대대손손 이어가며 누군가 새로이 그 대열에 끼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나라"가 되었다고 말입니다.

뱀발 1. 필리핀에 대한 내용은 저의 일방적인 견해입니다. 일반화 시키기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으니 가려 읽으시길 바랍니다
뱀발 2.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서 5년 안에 귀국이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운 이들이여 안녕.
뱀발 3. 그렇다고 이모씨 당선을 막기 위해, 아쉽지만 정모씨 또는 문모씨에게 힘을 모아 주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자기 이념에 충실한 투표, 그게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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