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HDB BTO 분양 받았다.
싱가포르 사람 80% 이상은 HDB라고 부르는 공공아파트에 살아.
정부가 국토 대부분을 수용한 후 거기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건데 어려운 말로 토지임대부 분양아파트라고 해.
쉽게 말하면 집은 내 건데 땅은 정부 거라는 거지.
임대 기간은 99년.
그 이후에는 집도 땅도 다 국가에 귀속돼.
대신 집값이 (홍콩과 비교하면) 싸지.
게다가 집을 살 때 정부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어.
이게 가격은 싸지만 정부 땅에 짓는 거라 위치도 좋고 주변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다들 사고 싶어해.
싱가포르 국민들 대부분이 기존에 있는 HDB를 사거나 새로 분양받는 걸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뤄.
둘째 예림이가 지금까지 두번 분양신청을 했는데 두번 다 떨어졌어.
경쟁률이 50:1이었다나 뭐라나.
5년 뒤에 독립할 때를 맞춰 지금 분양신청을 하는 거야.
얼마 전에 시내에 새로 들어설 HDB에 세번째로 분양신청을 했는데 어제 결과가 나왔어.
당첨.
아직 건물과 층을 정하고 계약하는 과정이 남았고, 입주는 5년 뒤긴 하지만 그래도 스물 셋 그 어린 나이에 내집마련을 한 거지.
아직 대학 졸업도 안한 애가 어떻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냐고?
내가 돈이 많아서 예림이 집 사 주는 거 아니냐고?
당연히 그럴 리가 없잖아.
내 코가 석자야.
일단 당장 필요한 돈은 집값의 10%정도야. (HDB loan일 경우, Bank loan은 20%) 나머지는 5년 뒤 입주할 때 대출로 해결하는 거지.
집값이 50만달러라고 치면 5만 달러가 필요해. 그런데 예림이 경우처럼 학생 부부라고 하면 그 절반을 5년 후 입주할 때 낼 수도 있어. 그럼 이제 2만 5천 달러가 필요하네. (정부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8만 달러까지 보조금을 주는 건 일단 계산에서 제외)
그걸 예림이와 남친이 반씩 부담하면 이제 세금 포함해서 최대 2만 달러가 필요한 거야. (우리 돈으로 1800만원)
그래도 아직 대학생에게 그만한 돈이 있냐고 묻겠지.
예림이는 초등학교 5학년때 토아즈알어스에서 뱃지 만드는 장난감 사서 만든 뱃지를 친구들에게 팔아 용돈으로 쓴 애야.
강하게 키웠… 아니 강하게 컸지.
대학은 국가장학생으로 뽑혀 대학 전액 학비에 매달 용돈까지 받았어. 그 용돈 모아 미국 주식도 좀 샀나 봐. 게다가 지금도 몇년째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어. 통장 보니까 집 사는데 딱 필요한 만큼 있더라구.
결과적으로 스물셋 먹은 대학생이 부모 도움없이 집을 사는 거야.
이거 자식 자랑 맞아.
맞는데 한국 상황 생각하면 좀 미안하기도 해.
스물셋 청년이 서울 용산쯤에 25평 주공아파트 하나를 분양 받으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그 돈을 학교 다니면서 과외와 아르바이트만으로 모을 수 있을까?
외국은 이렇게 좋은데 한국은 왜 아직 그모양이냐고 비교하고 폄하하는 게 아냐.
세상에는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젊은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을 사는게 크게 어렵지 않은 곳도 있다는 걸 이야기 하는 거야.
이런 걸 알아야 우리도 같은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겠어?
아… 한국은 이제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구나.
청년을 위한 저렴한 공공주택보단 강남 아크로비스타 집값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겠구나.
미안.
우리의 미래, 5년 뒤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난 그 놈의 나라에 어떤 희망도 갖질 못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