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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미국... 비행기 좀 편하게 타자.

solneum 2022. 2. 20. 18:14

(2007/10/30)

 

지난 해 말인가 회사에 공문이 하나 돌았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미국 가는 탑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짐 검사와 신원확인 절차가 더 길어 졌으니 미국 출장 갈 일 있으면 평소 보다 30분 더 일찍 공항에 가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외국 출장을 갈 일이 가끔 있는데 가장 짜증나는 목적지가 바로 미국이다.
다른 나라로 갈 때는 비행기 출발 한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도 발권하고 출국심사하고 비행기 타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싱가포르 공항의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따로 시간 잡아 먹을 게 없다.

그런데 미국으로 갈 때는 좀 다르다.
발권할 때부터 시간이 걸린다.
발권하는 직원이 미국에 왜 가느냐는 질문을 한다.
다른 나라에 갈 때는 여행의 목적 따위를 묻는 일이 없다.

미국이 그러는 바람에 이제는 표준이 되어 버렸지만 가방 안에 스프레이나 액체류 따위를 가지고 타는 지 일일이 다 검사를 하고, 다른 나라 갈 때 보다 좀 더 구석구석 뒤지는 것 같다. 특히 시커먼 손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훑을 때는 기분 참 더럽다.

미국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입국심사하면서 왼손 검지, 오른손 검지의 지문을 찍고, 사진까지 찍는다.
꼭 죄수 된 기분이다.
왜 왔는지, 어디서 묶을 건지, 언제 돌아 갈 건지... 질문이 꽤 많다.
지난번에는 비지니스건으로 왔다고 대답하자, 그 정도 영어실력으로 무슨 비지니스를 하느냐고 되물어 온 적도 있었다.
거기에 한국말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어 괜찮다고 했지만 '짜증 지대로'였다.

미국에서 비행기 갈아 탈 때도 검색대를 거친다.
엑스레이 안에 외투부터 신발까지 벗어 넣어야 한다.
가방은 발권하는 곳에 올려 놓는 게 아니라 가방 검사 하는 곳으로 가져 가서 따로 보내야 한다.
(요즘 생긴 공항은 발권하는 곳에 놓으면 자동으로 가방 검사 하는 곳을 거쳐서 내려간다)

나야 일년에 한 두번 미국에 가니까 괜찮다.
짜증 좀 내고 말면 된다.

하지만 미국사람들도 괜찮을까?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커서 비행기가 우리나라 고속버스처럼 많은 곳이다.
미국사람들이 비행기 탈 때마다 그런 귀찮은 절차를 거쳐야 하니 사회적 비용 면에서도 상당할 터이다.
매일같이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을 당하며 비행기를 타야 한다.



검색이 까다로워지고, 비행기 안에 액체류 반입이 금지되고, 신발도 벗어서 검사하고 하는 것들이 죄다 미국이 갖고 있는 테러에 대한 공포의 크기를 증명한다. 테러가 한번 발생할 때마다, 혹은 미국이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마다 검색의 강도는 더해진다. 옷을 투시하는 검색대도 이미 개발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미국이 저지른 국제적 범죄에 대한 벌을 미국 국민들이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주둔을 연장하겠단다. 그게 국익을 위한 것이란다. 국민들을 테러의 공포 속에서 살게 하는 것, 국민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게 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가 침략전쟁을 벌이면 국민은 전범의 일원이 된다. 자이툰 부대를 즉각 철군시켜라. 비행기 좀 편하게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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