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을 두고 눈물로 자판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2007/08/30)
문국현이 화제다.
보수언론들이 철저하게 외면하고는 있지만, 이미 인터넷에서는 불이 붙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긴장과 흥분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아직 나에게 미련이 남아서일까?"
"저도 외면하려 했습니다. 그래, 어디 더 당해봐라. 그런데 슬금슬금 마음이 동하네요."
"그간 황망하던 마음을 이제 추스리고… 다시 가슴이 더워진다."
"살맛을 찾았습니다. 다시 한번 일어섭시다. 우리 정치 푸르게 푸르게"
"기쁜 마음으로 이민갑니다. 어디로요!! 대한민국으로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보면 보인다. 국민을 중심에 놓고 보면 보인다."
"가슴이 펑 뚫리는 느낌!"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소개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이미 노무현때 한번 경험한 일이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2002년 광주가 노무현을 선택했을 때, 그리고 경선 과정 내내 네티즌들은 눈물로 자판을 두들긴다고 했다.
대상이 노무현에서 문국현으로 옮겨 간 것 뿐이다.
문국현에 관심을 갖는 건 옳다.
이명박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니 저 정도의 찬사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불안하다.
노무현이건 문국현이건 도구여야 한다.
내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써 그를 써야 한다.
정치인이 도구가 아닌 목적이 되면 위험하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이 노무현을 활용해서 세상을 진보시키기 위해서이지, 노무현 개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닌 것이다. 노무현이 신자유주의의 첨병이 되고, 한미 FTA를 추진하고, 파병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에게는 뭔가 피치 못할 곡절이 있을 거라고 믿고 지지를 거두지 않는 골수가 되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이 나라를 위해서도, 노무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문국현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이 있고, 신자유주의에 대해 고민을 하고,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에 반대하는 그는 미쳐돌아가는 천민자본주의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그래서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성원을 보내는 거다.
문국현 개인을 좋아해서 그가 하는 모든 결정을 자기 판단없이 수용하는 건 바보 짓이다.
문국현에 대한 지지가 맹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
눈물로 자판을 두드리는 일 이제 그만하자.
정치인은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