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영주권을 받으라고 서류가 왔다.
(2007/05/16)
싱가포르에 온 지 열달 째.
이제 익숙해 질만도 한데, 아직도 싱가포르가 낯설다.
아니 억지로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다 쓰며 산다.
아직까지 싱가포르 음식은 쳐다 보지도 않으며, 싱가포르 관련 뉴스에는 관심도 갖지 않는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싱가포르를 떠나게 되는 날 아무런 미련 없이, 가방 하나씩 둘러매고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데 오늘 싱가포르 정부 마크가 선명한 두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하나는 세금을 내라는 고지서다.
여기서는 일년에 한번 세금을 낸다.
4월에 연말정산하듯 지난 해의 소득을 신고하면 5월에 고지서가 나오고, 6월에 세금을 내는 식이다.
일년에 한번 몰아서 내는 세금이니 금액이 상당하다.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는 것이다 싶다.
한국에서 세금 낼 때는 그래도 덜 아까웠는데, 싱가포르에 세금 낸다고 생각하니 아까워서 눈물이 다 나려한다.
문제는 두번째 우편물
싱가포르 영주권 (PR) 을 신청하라는 안내서와 함께 신청양식이 들어 있었다.
보통의 경우 영주권을 원하는 사람이 인터넷을 통하거나 관공서에 직접 가서 서류를 받아와서 작성한다고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신청도 하지 않은 서류가 배달 되어 온 것이다.
450만명인 싱가포르 인구를 600만명 이상으로 늘이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는데, 그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닌 가 싶다.
지난 해 수입과 올 해 내게 될 세금을 보니 영주권을 줘도 되겠다 싶었나 보다.
개인정보를 (개인의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은 채) 정부가 일일이 통제하고, 확인하고, 활용하는 싱가포르 정부가 내가 내는 세금 정보를 활용하여 영주권을 줘도 될 대상이라 판단하고, 먼저 손을 내민 기분 나쁜 상황이다.
아무튼 지금 상황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면 한달 안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 두게 되더라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싱가포르에 눌러 앉을 수 있게 된다. (지금 내가 가진 비자로는 회사를 그만 두면 한달 안에 싱가포르를 떠나야 한다)
이 지긋지긋한 싱가포르에 평생 눌러 앉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