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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내게 왜 그럴까?

solneum 2020. 5. 21. 19:53

30년 가까이 된 이야기다.

군 입소대대에서 주특기를 부여 받을 때 담당자가 물었다.
 
“사회에서 뭐 하다 왔어?”
“회사 다니다 왔습니다.”
“무슨 회사?”
“삼성반도체통신요.”
“그래? 그럼  넌 통신병. 다음.”
“아… 잠깐만요. 회사 이름은 삼성반도체통신이었지만 전 반도체 쪽이라 통신은 전혀 몰라요.”
“시끄럽고, 됐고, 다음.”
 
그렇게 해서 난 모스부호도 모르면서 통신병이 되었다. 물론 그 이후 여러 번의 보직 변경 후에 군종병으로 군대를 마쳤지만,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좀 우습다. 회사 이름에 통신이 들어 있다고 통신병이라니.
 
그 후로 삼성반도체통신은 삼성반도체로 또 삼성전자로 이름이 바뀌었고, 난 그러거나 말거나 내 첫 직장이었던 삼성에 지금도 별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당시 1991년, 강경대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었고, 난 시위에 쓰일 유인물을 직접 만들었는데 그게 발각이 되어 회사에서 잘렸거든.
 
물론 날 잘랐다는 이유만으로 삼성을 싫어 하는 건 아니다.
 
백혈병으로 죽은 고 황유미씨가 일했던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이 바로 내가 일 했던 곳이다. 삼성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 보다는 반도체 불량 하나 나오고, 생산 물량 줄어 드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곳이었다.

내가 일하던 당시에는 4메가 디램을 만들 때인데 반도체 웨이퍼 한 장은 휴대폰 한 대 가격이고, 한 Lot (25장 묶음) 은 자동차 한 대 가격이라는 포스터가 공장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 자리에 안전규정 혹은 비상시 대피 방법 등이 붙어 있었다면 삼성 반도체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을까.
 
그 후진 회사에서의 경험에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불법, 탈법, 성매매 등등으로 인해 난 내 첫 직장을 지금도 제일 혐오하고 삼성 제품이라면 손을 대지 않는다.

그래도 반도체 바닥이 좁아서 이런 저런 이유로 삼성 출신 동료들을 가끔 만나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 일 때문에 만나게 된 경우였고, 그렇게 만난 옛 동료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을 뿐 개인적인 친분으로 계속 이어지는 경우는 없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 며칠 사이에 삼성에서의 인연으로 알게 된 몇몇 사람들이 친구 신청을 해 왔다. 어차피 내 글은 모두 전체공개이기 때문에 친구 신청이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서 누구든 친구 신청을 하면 대략 다 수락을 한다. 그랬더니 페이스북이 그 친구를 타고 넘어서 알 수도 있는 친구라며 삼성에 함께 입사했던 동기 사진을 보여 준다.
 
30년 전에 헤어진 후 이제껏 한 번도 연락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사나 궁금하기도 해서 들어가 봤다. 사진을 보니까 나이는 들었지만 얼굴에 옛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당시에도 나와는 달리 인생 참 열심히 산다 싶었는데 지금까지 그 회사에 다니는 걸 보니까 삼성이 딱 원하는 인재인 것 같다.
 
배경 사진으로 자기가 타고 다니는 BMW 사진을 올려 놨더라. 삼성에서 30년 일했으면, 그것도 돈 많이 번다고 보너스 많이 주는 반도체에서 그만큼 다녔으면 BMW 정도야 우습겠지. 그런데 나이 오십에 내세울 게 겨우 BMW인가 싶어서 좀 우습더라. 참 삼성 사람 답다는 생각도 들고.
 
삼성 동기 중에서 진급이 제일 빨랐다던, 그리고 삼성 그만 두고 나와서도 물불 안 가리고 사업을 해서 돈 많이 벌었다고 자랑을 해대던 다른 친구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사람이 막돼먹어서 그런지 안타깝다는 맘이 들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고 그냥 무덤덤하다. 그렇게 갈 걸 일하는 동안 진급 좀 빨리 해 보겠다고 동기나 후배들에게 그리도 모질게 했나 싶기만 하고.
 
그렇게 타고 넘어 가다 보니 예전 팀장도 보이고, 형이라 부르며 친하게 지냈던 선배도 보이는데 반갑다거나 연락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내가 왕따였나? 아니면 내가 그들 모두를 왕따 시킨 건가?
 
삼성 이후로 모토로라, 동부를 거쳐 싱가포르로 넘어 왔는데, 내가 그 두 회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악감정이 없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하고는 자주 연락도 하고 친하게 지낸다. 그러니 이건 내 문제라기 보다는 삼성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혼자 생각한다)
 
내가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락이 끊긴 여자친구가 행여나 내 글을 보지나 않을까 싶어서다. 그러면 다음에 혹시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어색함이 덜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런데 기다리는 여자친구는 연락도 없고, 딱히 연락 할 이유가 없는 이들만 이렇게 연결이 된다.

페이스북 그만할까 보다. 이게 다 삼성과 이건희, 이재용 부자 때문이다.

지가 지은 죄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서 일년째 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문제 하나 손을 안 댄다.
 
이재용이 감옥 가고 삼성의 모든 직책에서 다 손을 떼면 삼성에 대한 악감정도 좀 사라질 것 같다. 그러면 삼성 사람에 대한 편견도 좀 덜해질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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