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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기 목사의 1억원

solneum 2022. 2. 12. 11:40

(2007/04/20)


아주 오래 전,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할 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 민족을 구원 해 줄 메시아의 출현을 고대했었다.
물론 그 메시아는 하늘에서 내려 와 이 땅의 악의 세력을 무찌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줄 전지전능한 분이어야 했다.
이집트에서 종노릇할 때부터 로마의 식민지 시절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지탱 해 준 건 언젠나 강림하실 메시아였다.
그런데 2000년 전 예수는 어린 나귀의 등을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그리곤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인정할 수 없었다.
무슨 놈의 메시아가 어린 나귀를 타고 나타나며, 무슨 놈의 메시아가 그를 호위하는 군대 하나 없으며, 무슨 놈의 메시아가 거지와 병자와 창녀와 어린이와 노인과 세리와 이방인과 어울려 지낸단 말인가.
메시아가 왕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제사장들과 어울려야지 어떻게 미천한 아랫것들과 함께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수를 로마 병사들에게 내어 주기를 꺼려하지 않았으며,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침을 뱉고 욕을 했었다.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은 눈에 가시였던 예수의 죽음에 환호했고, 다시 찾은 그들만의 평화에 만족했다.

미국 대학에서 총기사고가 나서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온 나라 언론들이 추모의 물길을 열고, 그 뒤를 미국시민권 하나 있으면 하는, 아니 미국비자만이라도 면제 받을 수 있으면 하고 바라는 수 많은 누리꾼들이 장강을 이뤄 흘러간다.
국민일보는 미국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모금계좌를 열었고, 우리의 조용기 목사님께서는 흔쾌히 1억원을 내 놓았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으니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한미FTA에 저항하며 몸에 불을 붙인 택시노동자 허세욱씨가 결국 숨을 거뒀다.
허세욱씨가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있을 때 필요한 최소한의 수술비가 약 1억원 정도라고 했었다.
몇몇 시민단체에서 수술비 모금을 위해 계좌를 열기도 했었다.
그 계좌 입금자 목록에서 아들 셋이 미국 시민권자라고 하는 조용기 목사의 이름을 발견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없다.

지금 예수가 다시 이 땅에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하실까?
그 역시 우리 곁의 택시노동자 허세욱씨의 화상 입은 몸은 제쳐두고,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사고 피해자의 눈물을 먼저 닦아 주셨을까?

지난 주에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 한국 목사들의 추태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바람에 목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싫어서였다.
하지만 이번 주에는 아이들 때문이라도 교회에 가 볼 생각이었다.
온 가족이 손 잡고 교회 가는 게 아이들의 바램이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번 주에도 교회에 갈 수가 없다.

한국의 교회 지도자라는 것들이 이번 주를 미국 총기사고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기간으로 정하고, 예배도 추모예배형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이라크와 아프칸에서의 살육에 대해 눈 감고 있던 교회가 왜 미국에서의 살육에만 그다지 호들갑인가.
교회 가서 도저히 그 꼴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다.

예수께서도 이번 주에는 교회 안 가시는 게 정신 건강에 좋으실 듯 하다.
일부 신심 좋은 형제 자매님들의 "교회에 목사 때문에 가나 하나님 만나러 가는 거지" 라는 식의 충고는 사양한다.
하나님 역시 교회 출석 끊으신 지 오래 되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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