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보의 새로운 전형
(2007/04/07)
방송위원회 강동순위원의 발언은 사석에서 한 말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저열하며, 정치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가 정부 또는 방송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 ‘나랏님 욕’을 한다고 해서 뭐라 할 필요가 없겠지만, 방송위원회 위원이라는 자가 방송을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생각하고 그걸 한나라당 의원과 논의했다면 그건 사석임을 감안하더라도 문제가 된다. 방송위원회 위원으로서 결격사유가 된다는 말이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이 명백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이건 상식의 문제니까. 이번 사건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한 기사의 제목은 어떤 것일까?
“대선위해 방송 적극활용” 강동순위원 녹취록 논란 – 서울신문
서울신문의 이 기사 제목은 이번 사건의 핵심을 제목만으로 제대로 짚었다.
몇몇 언론에서 제목으로 뽑은 “호남비하 발언 논란”은 사실 한나라당 인사들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인사 뿐만 아니라 일부 몰지각한 모 지역 인사들 역시 비슷한 말을 수시로 내 뱉는다. 그리고 그 말 자체는 강동순씨가 방송위원회 위원이든 아니든, 저열하고 몰지각한 말일 뿐 방송위원회 위원으로서 그런 말 할 수 있느냐고 따질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당보들은 어떻게 기사 제목을 뽑았을까?
‘강동순 술자리 발언’ 몰래 녹음 논란 – 조선일보
정치권 또 ‘녹취록 파문’ - 문화일보
짐작한 바지만 아무튼 그 두꺼운 낯짝은 대단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이 그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이 어떻게 알려졌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방송위원회 위원의 부적절한 말과 위원으로서의 자격을 논란거리로 삼지 않고, 말이 알려진 과정을 논란거리로 삼겠다는 거다. 그렇게 함으로서 사건의 핵심을 흐리겠다는 의도다. 이 방법은 홍석현의 입을 통해 드러난 삼성의 비자금 문제는 덮어 두고, 그 X파일을 공개한 이상호 기자를 처벌하는 효과를 이미 보인 적 있다.
대선은 언제나 모든 세력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나도록 만든다. 조선일보(분홍색 조선일보인 문화일보 역시)는 한나라당 당보다. 올 한 해 우린 조선일보가 보이는 당보의 새로운 전형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