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실수투성이 부부배낭여행 #03. 마드리드에서 길을 잃다.

solneum 2020. 5. 18. 08:31

 

마드리드 관광은 솔광장에서 시작된다기에.

 

 

경유지 이스탄불에서 간단한 시티투어를 마치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동을 했다.

대부분의 대도시들이 그러하듯 마드리드도 지하철이 잘 되어 있다.

어지간한 곳은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숙소가 시내 관광지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공항에서 내리자 마자 지하철 10회 이용권을 사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좀 헤맸다.

어지간하면 다 카드를 쓰려고 현금은 100유로짜리로만 가지고 있었는데, 발권기는 100유로짜리는 이용이 안 됐다.

 

유인판매소는 아예 없고, 카드로 사려고 하니까 자꾸만 오류가 발생했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카드로 결제할 때 비밀번호를 넣으라고 나오는데 설정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굳이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내 경우였다.

그걸 모르고 계속 여섯자리 비밀번호를 눌렀으니 카드를 사용할 수가 없었던 거다.

 

100유로짜리를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사면서 작은 걸로 바꾸고 그걸로 겨우 지하철 10회 이용권을 샀다.

“10회 이용권”이라는 이름에서 유추 가능하듯 이건 거리와 상관없이 10번을 사용할 수 있는 거다.

가까이 가든, 멀리 가든, 심지어 같은 역에서 잘못 들어 갔다가 나와도 한번 사용한 걸로 친다.

 

마드리드는 지하철(Metro)과 국철(Renfe)로 사업자가 달라서 국철에서는 이걸 사용할 수가 없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환승역에서 국철로 옮겨 타려고 하다가 안 돼서 다시 지하철로 돌아 오는 과정에서 10회 중 2회나 날려 버리는 속 쓰린 경험을 했다.

 

 

여행을 하는 즐거움의 하나는 음식

 

 

그래도 숙소를 찾기 위해 헤맨 걸 생각하면 지하철 이용권 2회를 날려 먹은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하루 숙박비는 10만원 이내에서 어떻게든 해결하기로 예산을 짰다.

스페인에서도 다른 도시는 둘이서 10만원으로 호텔 숙박도 가능했지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물가가 비싸서 힘들었다.

그래서 마드리드에서는 호텔 대신 에어비엔비를 이용했다.

 

에어비엔비 사이트에 올라 온 사진으로 시설도 확인하고, 그 전에 이용했던 이들의 후기도 꼼꼼히 읽어 본 후 관광지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지하철 역에선 가깝고 가격도 10만원 안쪽인 숙소를 예약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려 구글맵이 안내하는 곳으로 갔는데 사진으로 봤던 숙소가 보이지를 않았다.

그때서야 다시 확인했더니 주소 맨 마지막 부분, 즉 번지수가 빠져 있었다.

예를 들자면 “서울시 중구 을지로 1가” 까지만 나와 있는 거였고, 우린 을지로 1가 지하철 역 입구에 서 있게 된 거였다.

주소가 스페인어로 씌여 있어서 그게 전부였던 걸로 알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우리에겐 전화 번호가 있고, 전화 번호를 등록해 놨기 때문에 와츠앱 (우리가 카카오톡 쓰듯 외국에서는 대부분 와츠앱을 쓴다)으로 연락이 가능했다.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와츠앱으로 문자를 보냈다. 지금 숙소 근처 지하철 역에 와 있는데 어떻게 찾아 가야 하느냐고. 한참을 답이 없다. 배낭 각각 하나씩 메고 처음 와 본 마드리드 시내 벤치에 앉아 연락을 기다리는데 일분 일초가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호텔이라면 바로 연락이 가능했을 테지만 에어비엔비처럼 부업으로 집 혹은 방 하나 렌트하는 이들은 다른 생업이 있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와츠앱으로 연락이 왔다. 스페인어로. 안 되겠다 싶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긴 받는데 스페인어로 대답을 한다. 내가 아는 스페인어는 “올라” 하나 뿐이다. 영어로 주소를 물었다. 또 다시 알아 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로 대답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고 내가 할 말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스페인어로 번역한 후 와츠앱으로 보냈다. 답이 왔다. 스페인어로. 번역기를 돌려서 이해를 한 후 다시 질문을 하고 다시 답을 받고…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한 다음에야 제대로 된 주소를 받을 수 있었다.

 

숙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경비실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시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야 했고, 몇 번의 위기를 넘긴 끝에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처음 방문하는 남의 나라에서 고생한 우리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숙소 주인은 반갑게 우릴 맞이했다. 스페인어로. 그는 단 한마디의 영어도 못하고, 우린 단 한마디의 스페인어도 못하는 처지였다.

 

에어비엔비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현지인의 사는 모습을 경험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건 일단 말이 통해야 가능한 거였다. 얼굴 하얀 외국인은 무조건 영어를 할 거라는 건 착각이었다.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그만큼 다양한 언어가 존재한다.

 

여행을 하면서 에어비엔비를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격이 싼만큼 그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이 적지가 않다. 언어 소통의 문제, 안전의 문제, 그리고 사생활 보호의 문제. 우리야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는 거라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젊은 여성 혼자 외국의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는 건 그리 권하고 싶지가 않다.

오늘의 팁

영어? 그거 세계인의 공영어가 아니다. 에어비엔비 같은 현지인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서비스의 경우 보다 정확한 숙소 정보와 언어 소통이 가능한지 여부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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